도깨비식당 김제현 대표, 컨테이너에서 시작
실패 거치며 완성된 요리 소중한 이에게 대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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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남교육지원청 앞에 문을 연 도깨비식당. 조그마한 컨테이너에서 출발해 이젠 어엿한 식당의 면모를 갖추고 있다. 해남에는 없는 다양한 음식을 판매하고자 김제현(30) 대표가 창업한 식당으로 도깨비라멘, 규동, 믹스가츠동, 연어장덮밥, 어니언카레 등을 판매하고 있다. 13년 째 요리를 배우며 새로운 음식을 만들어 가는 김 대표는 사랑하는 사람에게 대접하는 마음으로 식당을 운영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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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당의 역사가 궁금합니다. 

“도깨비식당은 읍 구교리의 작은 컨테이너에서 시작해 군청 뒤의 가게로, 현재는 교육청 앞으로 옮겨왔습니다. 횟수로 6년이 됐네요. 식당을 처음 오픈할 땐 20대 중반이었는데 이제는 30대 초반이 됐네요. 6년이란 시간동안 도깨비식당은 해남에는 없는 다양한 음식을 선보인다는 첫 콘셉트에 따라 변화를 시도해왔습니다. 도깨비의 모습처럼. 물론 실패도 했지만 손님들의 피드백을 받아 꾸준히 성장하고 있습니다.”

도깨비식당이 만들어진 계기가 있다 면요.

“해남군의 두드림 지원 사업을 받아서 시작을 하게 됐습니다. 당시에 멘토와 의논 하에 도깨비식당의 아이디어가 나왔고 차근차근 준비해 오픈하게 됐습니다. 해남에는 없는 음식을 메뉴로 기획하고 있었기 때문에 좀 더 사람들한테 호기심이 생길 거라 생각했습니다. 그때 요리를 시작한 지 7년 정도 됐었는데 음식에 대한 자기 주관이 생기기 시작하면서 도깨비라멘 레시피도 만들게 됐습니다.” 

기억에 남는 손님은 있나요.

“너무 많은데, 그중 꼽자면 2019년 2월 아무 홍보도 없이 시작했다 보니 점심, 저녁 모두 손님이 없어 문을 닫으려고 했던 찰나, ‘식사 되나요?’ 라며 방문한 분들이 첫 손님이셨어요. 어머니와 두 아들이었죠. 식당을 옮긴 후에도 꾸준히 찾아주고 있습니다. 또 다른 분들은 이사 가기 전까지 매주 주말마다 찾아주던 가족이에요. 메뉴 개발이 한창이던 2019년 1월 자전거를 타고 지나가던 초등학생 어린 친구가 ‘사장님 언제 오픈해요? 꼭 올게요’라며 지나갔는데 오픈하고 가족들과 함께 왔더라고요. 4살 아이가 고사리 같은 손으로 도깨비라멘을 들고 마시던 모습이 아직도 잊을 수가 없어요. 특히 한 손님이 ‘사장님, 입을 씻기 싫은 맛이네요’라고 이야기 해줬는데 아직까지도 잊혀 지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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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력메뉴가 무엇인가요.

“주력메뉴는 도깨비라멘과 규동입니다. 아무래도 도깨비식당의 처음을 함께한 메뉴라서 그런지 더 애착이 갑니다. 사실 지금의 도깨비라멘은 임기응변으로 만든 요리에요. 초기엔 삼겹살로 직접 만든 차슈를 넣다가 떨어졌는데 규동의 우삼겹을 볶아서 올려서 불 맛을 입히면 어떨까라는 생각으로 테스트를 해봤는데 국물도 국밥보다 더 진해지고 우삼겹의 부드러움와 불향이 가득한 라멘이 탄생 됐어요. 해남에서만 판매하는, 연간 7000여 그릇이 팔리는 도깨비라멘의 탄생이었죠. 그리고 완성하고 너무 맛있어서 박수친 메뉴는 소고기덮밥인 규동입니다. 소스 개발할 때 일본식으로 만들어 봤지만 원하던 맛이 나오질 않아 직접 한식의 베이스를 섞어 만들어 낸 '쯔유', 온천계란이라는 뜻으로 온천과 같은 온도에서 익혀 녹아내릴 듯한 흰자와 녹진한 노른자를 느낄 수 있는 ‘온센타마고’, 규동에 최적화 된 기름기와 살의 조화를 이룬 ‘우삼겹’, 그리고 가장 중요한 제 고향 해남에서 나고 자란 ‘쌀’까지. 이 모든 걸 한 그릇에 담아 섞지 않고 그대로 한 숟가락을 떠서 먹었을 때 도깨비식당이 잘 될 수 있겠다는 희망도 갖게 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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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연조미료만 사용하신다면서요.

“음식 만드는 일을 해오면서 갖는 자부심이에요. 천연조미료로 낼 수 있는 맛이 다양한데 굳이 인공조미료를 써 한 가지 맛으로 통일시키고 싶지 않더라고요. 어머니께서 심장이 약해서 먹는 것에 민감한데 음식의 간이나 재료가 어머니 건강에 영향을 끼치는 것도 생각하게 됐습니다. 식당을 오픈하고 어머니도 자주 찾아와 식사하는데 속이 편하다고 하시더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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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식에 대한 소신과 꿈을 알려주세요.

“야구방망이는 휘둘러야 맞는다라는 말을 좋아합니다. 공이 방망이에 안 맞을 수도 있지만 휘둘러야 홈런을 치거나 안타를 칠 수도 있죠. 방망이를 공에 맞추는 훈련을 꾸준히 한다면 안타나 홈런을 칠 확률이 높아지겠죠. 음식도 똑같은 것 같아요. 여러 번 실패 끝에 만들어진 음식이 손님들의 사랑을 받는 것처럼 말이죠. 그래서 제 소신은 ‘노력’입니다. 13년간 음식을 해오고 있지만 아직도 재미있어요. 꾸준히 공부를 하고 있고 새로운 음식을 만들어 소중한 사람들에게 대접했을 때, 맛있다고 해주는 것에 보람을 느껴요. 음식을 맛봐주는 모든 분들이 소중합니다. 소중한 사람들을 위해 계속해서 노력하고 발전해나가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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