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 초등학력인정 문해학교
11명 입학해 첫 수업 가져 

▲오분임 할머니가 꿈보배 학교 담임선생님의 도움을 받아 자기소개서를 쓰고 있다. 
▲오분임 할머니가 꿈보배 학교 담임선생님의 도움을 받아 자기소개서를 쓰고 있다. 
▲꿈보배학교 입학식에 참석한 할머니들과 강사들.
▲꿈보배학교 입학식에 참석한 할머니들과 강사들.

“오늘 학교 올라고 밤잠을 설쳐서 새벽 3시에 일어났소.”, “열심히 공부해 졸업장 따서 이장이 될라요.”

지난 20일 해남군교육재단 안에 마련된 꿈보배 학교. 지팡이 대신 연필을 든 할머니들의 모습에서 설렘이 묻어난다. 얼마 전까지 알았던 글자가 생각나지 않고 새 담임선생님과 새 친구, 새 교과서는 물론 나만의 책걸상 등 교실 풍경이 익숙하지 않지만 배움의 대한 열정은 남다르기만 하다. 북평, 산이, 문내 등에서 이른 시간에 택시 등을 이용해 등교를 하기도 했다. 

꿈을 보며 배우는 학교라 하여 이름 지어진 ‘꿈보배 학교’는 초등 학력 인정 교육기관으로 올해 첫 입학생 11명을 받았다. 86세인 최고령 오분임 할머니를 비롯해 60~80대의 어르신들이 첫 입학생이 됐다. 

지난 2018년부터 운영된 성인 문해교육은 할머니들이 있는 곳으로 강사들이 찾아가 글자를 읽고 쓰는 기초 문해 위주였다면 꿈보배 학교는 일반 초등과정과 같이 국어와 사회, 수학, 영어 등 교과 과목과 함께 체험 활동이 이뤄진다. 3년 동안 3단계로 단계별 240시간을 이수하게 되면 초등학력이 인정된다. 

지난 18일 첫 수업 시간에는 자기소개를 하는 시간이 마련됐다. 종이에 나이와 연락처, 사는 곳, 좋아하는 것, 가족관계 등을 적고 자신의 이름으로 삼행시를 짓는 시간으로 이어졌다.

오분임 할머니는 ‘오랫동안 공부하기를 바래 이제야 입학, 분명하고 정확하게 배워, 임금님처럼 살고 싶다’라는 삼행시를 남겼다.   

최권심(67) 할머니는 ‘최선을 다해, 권리를 찾고, 심성이 바른 사람이 되자’라는 자기소개서를 남겨 모두를 미소 짓게 했다. 

오분임 할머니는 “일제 강점기여서 학교를 못 다니고 일본 군인들이 만들어놓은 창고에서 일본어를 배웠고 아버지가 강제징용으로 끌려가 창고에도 나가지 않은 기억이 있다”며 “공부를 못 한 것이 한이 됐는데 마음껏 공부하고 손자들에게 편지도 써보고 싶다”고 말했다. 

최권심 할머니는 “완도에 있는 섬에서 태어나 학교도 없었고 집에서 아들들은 배 태워 학교에 보냈지만 딸은 동생들 보라며 학교에도 안보내는 시절이었다”며 “초등학교 졸업장을 따내서 마을 부녀회장이나 이장이 되는 것이 꿈이다”고 말했다.

이들 할머니는 이에 앞서 지난 18일 꿈보배 학교에서 생애 첫 입학식을 갖고 소중한 교과서를 품에 안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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