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찬규(진이찬방 식품연구센터장)

 
 

옥천면 문촌마을은 필자가 거주하고 있는 마을이다. 아침에 눈뜨면 만대산이 보이고 드넓은 옥천평야를 내려다보면서 하루를 시작하는 곳이다.

마을은 다른 시골 동네와 다르게 위에서 아래로 일자형을 띠고 있으며 현재는 29가구가 거주하고 있다. 한 50년 전만 해도 70호 가까이 옹기종기 모여 살던 마을인데 시간이 흐르면서 가구 수가 끊임없이 줄어들고 있다.

이게 바로 농촌의 현실이다. 사실 우리나라 농촌의 인구문제는 어느 곳이든 심각한 상황에 이르고 있다. 비단 필자가 살고 있는 마을만의 문제가 아닌 것이다. 한때는 신학기가 되면 매년 초등학생이 10명 이상 늘었는데 지금은 초등학생이 한 명도 없는 마을이 되었다.

한편 농기계가 발전하기 전에는 벼농사 짓기가 힘들었는데 지금은 모내기부터 벼의 수확까지 기계에 의존할 수 있기 때문에 밭농사보다 훨씬 수월해졌다. 해남에서는 밭농사의 경우 주로 호박, 고구마나 고추 그리고 콩을 재배하고 가을이면 절임배추를 만들고 있다. 우리 마을도 예외는 아니어서 비슷한 밭작물을 재배하는 가구가 많다. 문제는 수확시기에 부족한 일손을 구하지 못해 애를 태우는 상황이 많다는 것이다. 하다못해 고추 따는 일에도 일꾼을 구하기가 쉽지 않은 편이다. 농촌마을의 현실을 들여다보면 노동력을 상실한 노인들이 거의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농가의 많은 수가 1인가구로 남아 있을 뿐만 아니라 평균 연령이 75세가 넘는 노인 인구가 주류를 이루고 있다.

농촌마을이 발전할 수 있는 가능성은 없는 것인가? 도시인들이 쉽게 귀농 혹은 귀촌을 할 수 있는 유인책이 있다면 불가능한 일도 아닐 것이다. 그렇게 하려면 생활이 안정되고 소득을 올릴 수 있는 당근책이 필요하다. 현재 농촌의 하루 인건비가 10만원이 넘기 때문에 신체 건강한 사람은 생활비 충당이 되고 도시에서처럼 구직활동에 시달리지 않아도 된다. 요즘은 농사일을 목표로 일정한 소득을 올릴 수 있는 귀농·귀촌이 또 다른 기회라고 보인다. 비어 있는 농가주택을 수리해서 마을에서 운영할 수 있는 방법을 생각해 볼 수도 있다. 귀농·귀촌을 생각하고 있는 사람에게 1년 동안 직접 살아보면서 농사일을 배우고 경작을 해보면서 최종 결정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방법은 어떨까?

코로나19로 인한 도시생활의 궁핍이 계속되고 있는 상황이라 도시를 탈출하려는 사람들도 늘어나고 있다. 또한 정년퇴직 이후 자연과 함께 하고 싶은 사람이나 건강을 되찾고 싶은 사람들도 확대되고 있다. 이러한 분들이 직접 살아보고 귀농·귀촌을 할 수 있다면 잠재력이 크지 않을까 판단된다.

소득원을 높일 수 있는 방법으로는 마을마다 특색을 살려 마을기업의 창업을 유도할 수 있다. 마을기업의 운영은 각자 생각하는 범위가 달라 어려울 수 있으나 소득원이 발생할 수 있는 기회가 있다면 불가능한 것도 아니다. 우리 마을은 노인회와 청년회가 조화롭게 활동하고 있다.

노인회의 경우에는 비교적 오랜 연륜을 갖고 운영되고 있으며 청년회도 20년 넘게 활동을 지속해오고 있다. 청년회에서는 마을의 대소사를 위하는 일 뿐만 아니라 마을 공동비료 살포, 공동방제, 마을 앞 꽃길 가꾸기 사업 등의 역할을 하고 있다. 나이 많은 사람도 활동할 수 있도록 작년 말에 규약을 개정해서 청년회원 자격도 70세까지이다.

인원은 적더라도 마을 공동체 사업을 해보기 위한 노력은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매사에 희생과 봉사를 하고 있는 마을이장님의 활동에 보탬을 줄 수 있는 방법을 찾아 노력하는 청년회가 있어 그나마 우리 마을이 생기를 갖고 있지 않나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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