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사도 안 된디, 코로나 빨리 물러났으면…"

20년간 단 하루도 빠짐없이 문 열어
매출 줄어도 희망의 끈 놓지 않아

해남읍 홍교 모퉁이에는 20년간 단 하루도 쉬지 않은 속옷 가게 '트라이'가 자리하고 있다. 명절에도 성묘를 하고 오후에는 어김없이 영업을 해온 가게 주인 오재춘(62)·양미정(61) 씨 부부.

지난 8일 찾아간 28평 규모의 가게에는 남녀 속옷, 양말, 모자 등이 산더미처럼 쌓여 있다. 주요 고객은 나이 지긋한 어르신들과 이주여성이다. 면이나 강진, 완도에서도 찾아오는 단골이 많다. 이날 할머니 한 분이 1000원짜리 팬티를 들어 보이며 "얼마요, 800원밖에 없는디"라며 가게에 들어선다.

옥천이 고향인 양 씨는 "둘째 딸이 10살 때 시작해 30살이 되었으니 벌써 가게문을 연 지 20년이 됐다"며 "명절에도 성묘 마치면 특별한 일도 없어 가게 문을 열어왔다"고 말한다. 7300일 동안 단 하루도 쉬지 않았다는 것. 연중 무휴로 영업하는 곳이 우리 가게뿐이겠냐며 새로울 것도 없다는 반응이다.

코로나19가 몰아닥친 올해 경기는 장사를 시작한 이래 최악이라고 말한다. 장사가 잘 안되면서 직원 2명이 종일 근무하던 체제에서 하루 2교대로 바꿨다. 가게 임대료도 큰 부담이다.

양 씨는 "카드와 현금 매출이 반반을 차지했는데 올해 들어 현금 매출은 80~90% 떨어졌다"며 씁쓸한 웃음을 짓는다. 5년 전부터 매출이 뒷걸음을 치기 시작해 올해는 코로나19가 엎친 데 덮친 격이다.

경기가 뚝 떨어지면서 가을, 겨울 상품을 준비하는 데도 고민이 많다. 얼마나 팔릴지 가늠할 수가 없어 빚내서 들여온 재고에 대한 부담이 많기 때문이다. 고객의 상당 부분을 차지했던 이주여성들이 코로나19 여파로 입국하지 못하면서 고스란히 매출 하락으로 이어지고 있다. 가게를 지키다 보면 인터넷 쇼핑이 늘어나는 추세가 피부에 와 닿는다.

그래도 가게를 하면서 함께 살아가는 인심을 많이 느낀다. 양 씨는 "속옷을 사는 시골 할머니들은 이웃집에 줄려고 더 사는 경우가 많다"면서 "특히 알바 수입으로 선물을 사가지고 가는 젊은이들을 보면 기특하기만 하다"고 말한다. 숱한 사람들과 부대끼면서 살아가는 맛도 저절로 다가온다.

양 씨 부부는 이 곳 외에도 농협 해남군지부 인근에 BYC라는 상호의 옷가게를 또 하나 운영하고 있다. 양 씨는 두 가게를 번갈아 지키고, 남편은 물건을 광주 등지에서 떼어오는 일을 한다.

"코로나가 언제나 끝나려나." 양 씨는 코로나19가 어서 빨리 물러나길 간절히 바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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