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혜숙(해남고 교사)

 
 

해남으로 발령난 지 4년째다. 2017년부터 해남에 있는 중학교를 거쳐 고등학교에 근무하며 여러 수업을 고민했다. 그 중에 하나가 지역에 대한 이야기를 수업해 보는 것이었다.

해남으로 온 첫 해 해남 이곳저곳을 돌아다니며 해남을 캐기 시작했다. 그러다 우연히 해남공원을 산책하다 소녀상을 발견했다. 어떻게 이곳에 이 소녀상이 존재하게 되었을까?

궁금증을 갖고, 캐가기 시작했다. 인터넷 검색으로 관련 기사를 찾고, 전남에서 최초로 건립되었으며, 해남시민단체를 중심으로 한 해남평화비건립추진위원회의 모금운동을 통해 세워지게 되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리고 위안부 피해자인 공점엽 할머니가 2016년까지 생존하셨다는 사실도 알게 되었다.

한 다리 건너고 두 다리 건너 해남평화나비대표도 만나고 작은 소녀상과 자료를 선물받고 위안부 수업을 꼭 해야겠다 마음먹었다. 중학교에서 1학년 수업을 맡던 해였는데, 2학기 자유학기제 수업 주제를 인권으로 정하고, 10시간 정도에 걸쳐 위안부 관련 기사를 여러 개 비교해서 보고, 해설을 곁들여 영화를 보고 소녀상의 의미에 대한 토론과 편지쓰기, 소녀상에 가서 공감하는 인증샷 찍기를 진행했다.

또 체험학습 때 영화를 봐야하는데, 당시에 개봉했던 'I Can Speak'까지 보고, 아이들이 눈물을 펑펑 쏟아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는 해남이라는 땅 끝에 이렇게 사람을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이 살고 있다고, 그것이 전남 최초로 소녀상을 세우는 힘이였다고, 나이들어 해남을 떠나 살게 되거든 해남은 그런 땅이라고 사람들에게 설명해주라고 당부했다.

학생들은 굉장한 자부심을 느꼈던 것 같다. 그리고 고등학교로 학교를 옮긴 후 입시를 중심에 두고 수업하다보니 위안부 수업을 중학교만큼 따로 진행하는 것은 엄두도 못 냈다.

하지만 1, 2학년 수업에서 소단원 정도로 2시간에 걸쳐 여성가족부에서 나온 자료를 수정해 수업하고, 선물 받았던 앉아있는 모습의 소녀상과 또 다른 곳에서 선물 받은 서있는 모습의 소녀상을 학생들에게 직접 만져보고 관찰하여 소녀상의 의미를 비교 탐구하는 수업을 하며 기말고사에 인간의 존엄성을 주제로 시험문제로 출제했었다.

그리고 그 해에 우연히 해남고등학교에도 학생들의 힘과 교사들의 도움으로 소녀상이 세워지게 되었다. 그러나 이 과정에 나는 전혀 한 일이 없다. 그렇지만 학생들에게 해남은 평화를 사랑하는 마음을 가진 사람들이 많이 있는 것 같다고 너희들도 해남을 떠나 살게 되거든 해남을 그런 땅이라고 사람들에게 설명해주라고 당부했다.

올해는 수업시간에 해남이야기를 거의 하지 못했다. 올해 고3 수업을 맡게 되면서 수능이 중요한가 아닌가가 고민의 중심이 되어버렸기 때문이다.

요즘 수시 원서를 쓰는 학생들을 보면서 이 학생들에게 어떤 당부를 해주어야 할지 잘 모르겠다. 해남을 곧 떠나게 될 이 아이들에게 해남은 어떤 곳이라고 말해줄 이야기를 더 준비하지 못했다.

그래서 부탁드린다. 해남에 계시는 어른들이 곧 해남을 떠나게 될 학생들에게 해남은 어떤 땅이라고 어떤 사람들이 살고 있는 곳이라고 이야기 해주기를 부탁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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