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fault_setNet1_2

기아와 세계식량계획

기사승인 2020.10.16  11:15:51

default_news_ad1
   
 

최고 권위를 자랑하는 노벨상은 해마다 10월 첫째 월요일에 생리의학상을 시작으로 매일 6개 부문별로 수상자가 발표된다. 상금은 노벨 재단이 운용하는 기금의 이자 수입을 통해 마련되기 때문에 매년 약간씩 차이가 나는 데, 올해는 부문별로 13억 원 정도이다. 두 명이 공동 수상하면 절반씩 나눠 갖는다.

올해로 120회를 맞는 노벨상이 만들어지게 된 배경은 다소 의외이다. 스웨덴의 알프레드 노벨(1833-1896)은 다이너마이트를 발명해 막대한 재산을 모았다. 프랑스 신문이 노벨 형의 사망을 알프레드 노벨이 죽은 것으로 잘못 알고부음기사를 내면서 '죽음의 상인이 죽음을 맞다'라고 표현하자 이에 충격을 받아 유산을 기부해 노벨상이 만들어졌다.

노벨평화상은 20년 전인 2000년 당시 김대중 대통령이 우리나라에서는 처음이자 지금까지 유일하게 수상했다. DJ의 수상 배경은 한국과 동아시아 전반의 민주주의와 인권에 대한 공로, 그리고 남북화해와 평화에 대한 노력이다.

올해 노벨평화상 수상자로 세계식량계획(WFP)이 선정됐다. 세계식량계획은 기아 퇴치를 위해 1960년 설립된 유엔 산하의 세계 최대 식량 원조기구이다. 노벨위원회는 기아와 식량안보를 책임지는 가장 큰 인도주의 기관이며, 굶주림을 전쟁과 갈등의 무기로 활용하는 것을 막음으로써 분쟁지역에서 평화의 조건을 창출했다고 선정 이유를 밝혔다. 우리나라도 지금은 도움을 주는 국가가 됐지만 80년대 초반까지 이 기구를 통해 많은 지원을 받았다.

'보릿고개'라는 말이 우리 삶에서 사라진 게 50여년밖에 되지 않는다. 가을걷이 이후 이듬해 5~6월이 되면 식량이 바닥난다. 이 시기가 보리 수확을 기다리며 배고픔을 넘어야 하는 고개라는 것에 빗댄 말이다. 트로트 가수 진성이 2015년 발표한 보릿고개도 어머니가 겪었을 고난의 세월을 노래한 것이다. '아야 뛰지마라 배 꺼질라/가슴시린 보릿고개 길/주린 배 잡고 물 한 바가지 배 채우시던/그 세월을 어찌 사셨소/초근목피의 그 시절 바람결에 지워져 갈 때/어머님 설움 잊고 살았던/한 많은 보릿고개여/풀피리 꺾어 불던 슬픈 곡조는/어머님의 한숨이었소///'

'똥구멍이 찢어지게 가난하다'는 말은 보릿고개 때 나무껍질과 흙을 먹어 심한 변비로 항문이 찢어지던 데서 유래했다. 마음에 점 하나 찍고 그냥 넘어간다는 '점심'(點心)도 우리 조상들의 배고픔을 말해준다. 조선 시대 백성들에게 하루 두 끼가 기본이었기 때문이다. 그 때에는 '초근목피'(草根木皮·풀뿌리와 나무껍질)로 허기를 이겨내는 방법을 소개한 책도 발간됐다. 솔잎을 콩가루나 날콩 몇 알과 함께 씹는다거나, 느릅나무 껍질을 벗겨 즙과 떡을 만들어 먹는 방법 등등. 배고픔은 그만큼 절박했다.

오늘의 우리는 유사 이래 물질적으로 가장 풍족한 시대를 살아가고 있다. 요즘 TV채널을 돌리다보면 홈쇼핑은 물론이고 지상파, 종편 할 것 없이 온통 '먹방' 프로그램으로 도배질되고 있다. 마치 온 나라가 먹기 위해 살아가는 듯한 착각에 빠져들게 한다.

오늘(16일)은 유엔식량농업기구(FAO)가 정한 '세계 식량의 날'이며, 내일(17일)은 유엔이 정한 '세계 빈곤 퇴치의 날'이다. 올해 노벨평화상 후보(개인 211명과 단체 107곳) 가운데 세계식량계획이 수상자로 결정된 배경을 곰곰이 생각하면 우리를 숙연하게 한다. 배고팠던 우리의 조상, 오늘도 기아에 허덕이는 지구촌을 한번쯤 돌아보며 살아가게끔 한다.

양동원 편집국장 dwyang9@hnews.co.kr

<저작권자 © 해남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default_news_ad4
default_side_ad1

인기기사

default_side_ad2

포토

1 2 3
set_P1
default_side_ad3
default_setNet2
default_bottom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