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척지와 황토 땅에서 자란 탐스러운 곡식으로 예로부터 마을 창고를 넉넉하게 채워온 마산면. 그 안에 자리한 마산초등학교(교장 김만덕)는 마산의 또 다른 넉넉함이요, 사랑이다.

 

 

▲ 학생들이 마을 입구에 있는 담장벽에 해바라기를 그리고 있다.
▲ 학생들이 마을 입구에 있는 담장벽에 해바라기를 그리고 있다.
▲ 마산초와 용전분교장 학생들이 지난 11일 스포츠데이 행사에서 축구를 즐기고 있다.
▲ 마산초와 용전분교장 학생들이 지난 11일 스포츠데이 행사에서 축구를 즐기고 있다.
▲ 학생들이 전교학생회에서 모둠별로 의견을 나누고 있다.
▲ 학생들이 전교학생회에서 모둠별로 의견을 나누고 있다.
▲ 11일 열린 스포츠데이 행사에서 학생들이 청팀과 백팀으로 나뉘어 카드 뒤집기 게임을 하고 있다.
▲ 11일 열린 스포츠데이 행사에서 학생들이 청팀과 백팀으로 나뉘어 카드 뒤집기 게임을 하고 있다.

전통과 현대 조화로 학생 수 증가

지난 1922년 마산공립보통학교로 문을 연 마산초는 올 초 96회 졸업식까지 4312명의 졸업생을 배출한 명문학교이다. 2022년 개교 100주년을 앞둔 역사와 전통의 학교지만 지난해 학교 본관건물이 새롭게 지어져 초등학교 시설로는 해남에서 제일을 자랑한다. 보통교실 7개와 과학실·도서실·컴퓨터실 등 특별교실, 체육관과 다목적교실, 각종 편의시설 등을 갖추고 있다. 특히 학생들을 배려해 복도가 넓고 계단을 없앤 조회대가 눈길을 끈다.

전통과 현대의 어우러짐은 학생 수 증가로 이어지고 있다. 올 초 8명이 졸업을 했지만 신입생은 물론 완도와 서울, 경남 등에서 7명의 학생이 전학을 오며 학생 수는 40명으로 지난해보다 2명이 늘었다. 덩달아 병설유치원도 7명에서 10명으로 유아가 늘어났다.

아내 직장 때문에 서울에서 해남으로 이사를 온 이준걸(37) 씨는 해남읍에 살고 있지만 두 자녀를 마산초와 마산초 병설유치원에 보내고 있다. 이 씨는 "특성화교육이 잘 돼 있고 학생당 교사 수가 월등한데다 무엇보다 학교 시설이 깨끗하고 운동장도 넓고 주변 환경이 좋아 마산초를 택하게 됐다"고 말했다.

자율 속 배려와 민주의식 배움터

지난 9일 정나눔터라 불리는 다목적실에서는 전교학생회 임시회가 열렸다. 11일 스포츠데이 행사에서 지켜야 할 안전수칙 등을 논의하는 자리였다. 3~6년 학생들은 학년을 구분하지 않고 4개조로 나눠 모둠별로 논의와 토론을 거치고 전지에 표현한 뒤 발표하는 시간을 가졌다.

학생들은 '안전사고 예방을 위해 선생님 지시에 잘 따르자'거나 '못한다고 놀리지 말기' 등 제법 의젓한 내용들을 발표했다.

전교학생회는 매달 한차례, 또는 안건이 있을 때 수시로 열리는데 교사들 참여 없이 학생들이 스스로 안건을 정해 진행하고 결론을 내린 뒤 학교에 건의사항 등을 전달하고 있다. 전교학생회를 통해 학교 복도에 학생들이 쉴 수 있는 소파와 의자 등 편의공간이 생겼고 매달 첫째 주 수요일은 '쉼이 있는 수요일'로 지정돼 이른바 방과후 프로그램 없이 마을 길 산책과 영화 관람, 체육 등 자유놀이 시간이 주어지고 있다.

민금아(6년) 학생은 "전교학생회를 통해 자기의사를 표현하는 것은 물론 다른 사람 의견을 듣고 서로 토론하는 문화를 배우고 있으며 특히 그 안에서 내린 결론을 바탕으로 우리가 원하는 것들이 이뤘을 때 뿌듯함을 느낀다"고 말했다.

뻔(FUN)뻔(FUN)하게 놀자

지난 9일 오후 학교운동장 스탠드와 학교 입구 한 마을주민 담벼락은 학생들이 그린 해바라기 그림들로 가득 채워졌다. 학교 미술 강사인 윤문희 씨가 미리 스케치를 해 둔 곳에 색칠을 하는 식인데 지난 2주 동안 작업이 이날 마무리됐다. 벽에 그림을 그리는 것이 익숙하지 않아 얼굴과 손에 페인트가 묻기도 했지만 학생들은 마냥 즐거운 표정이었다.

이지훈(6년) 학생은 "친구들하고 함께 재밌게 놀 수 있어 좋고, 내가 그린 그림이 학교와 마을을 환하게 밝힌 것 같아 뿌듯하다"고 말했다.

이날 벽화작업에 참여한 학생들은 학생자율동아리인 'FUN FUN하게 놀자' 회원들로 회원들은 체육이나 놀이활동을 통해 놀이를 즐기면서 그 안에서 음식 만들기와 마을벽화사업을 추진하며 마을을 배우기도 한다. 학생들은 뻔뻔하게 놀자 외에 독서토론과 소프트웨어, 기초학력 등 5개의 자율동아리를 운영하고 있다.

지난 11일 학교 운동장과 체육관에서는 모처럼 학생들의 함성소리와 함께 청팀, 백팀 간 응원대결이 펼쳐졌다. 유치원생들과 본교 학생들,그리고 마산용전분교장 학생들과 교직원들이 함께 참여하는 '마산가족 스포츠데이'행사가 열린 것인데 카드 뒤집기와 의자탑 쌓기, 달리기와 축구, 피구 등 다양한 게임을 통해 서로 친목을 도모했다.

이산(4년) 학생은 "오랜만에 용전분교장 친구들도 만나 함께 공도 차고 재밌게 노니 즐겁고 재밌다"고 말했다.

스포츠데이는 학생 수가 적어 한계를 보일 수밖에 없는 팀별 체육대회를 마산가족 전체가 참여하는 놀이문화로 극복하고 소통하는 전통과 화합의 장으로 자리잡고 있다.

마산초는 학생들이 자율 속에 즐겁게 배우고 생활하도록 하는 것을 최우선으로 하고 있다.

교육과정 운영에서도 서로가 질문과 대화로 문제를 해결하고 시간이 오래 걸리더라도 직접 참여하는 수업을 통해 즐거운 배움을 지향하고 있다. 마을학교를 통한 봉사활동과 직업체험으로 학생들이 마을을 알고 먹거리를 제공하는 농촌을 잘 이해하도록 하며 다문화사회 속에 다문화를 수용하고 통합하는 프로그램도 차곡차곡 쌓아가고 있다.

김만덕 교장은 "마산면 간척지의 풍요롭고 넉넉한 사랑으로 학생들을 키우고 학생들이 즐겁게 배우고 자율과 민주시민의 가치를 느끼며 미래를 위한 꿈나무로 성장할 수 있도록 앞으로도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 마산초 본관건물 앞 화단 한 켠에는 개교 60주년 기념비가 세워져 있다. 거북이 모양 위에 비가 세워져 있고 '마산 건아여 달려라, 뛰어라, 세계로'라는 글이 써있다.

80년대 초에 만들어져 문구가 조금 낯설게 느껴지지만 학교 선배들의 학교 사랑과 후배 사랑은 무엇과도 비할 데가 없다.

마산초는 2022년 개교 100주년을 앞두고 있다. 앞으로 100주년 기념행사 추진위원회가 구성돼 화단 다른 곳에 100주년 기념비를 세울 예정인데 60주년 기념비와 함께 학교의 또 다른 '역사'이자 '상징'이 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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