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명성(공연 프로듀서)

 
 

코로나19로 인해 전 세계 공연예술계가 쑥대밭이 된지 오래다. 세계 공연시장을 주도하고 있는 공연예술의 메카 런던의 웨스트앤드와 뉴욕의 브로드웨이 역시 지난 3월 이후 벌써 7개월 이상 '셧다운' 기간이 이어지고 있다. 언제쯤 공연들이 재개될 지 가늠조차 하기 어려운 실정이라 한다.

전 세계 모든 공연장들이 문을 걸어 잠그고 있는데 비하면 그나마 한국은 좀 괜찮은 편이다. 코로나19 이전보다 작품의 숫자는 현저히 줄었지만 산발적으로라도 명맥은 이어가고 있으니 말이다.

하지만 간신히 막이 오른 공연들도 모두 적자에 허덕이고 있는 실정이다. 속된말로 작품을 준비한다는 것 자체가 손해를 감수하고 시작해야 한다. 그러니 '백신이 개발될 때까지 차라리 노는 게 돈을 버는 일이다'란 자조 섞인 푸념들만 들려온다. 나도 올 한 해 동안 무려 5개의 작품을 중단하거나 연기, 취소하기를 거듭해 왔다. 손실로 따지자면 가장 피해가 큰 컴퍼니가 아닌가 싶다.

신구 선생과 손숙 선생이 출연한 연극 '나와 아버지와 홍매와'가 공연 시작 열흘 만에 중단한 것을 시작으로, 뮤지컬 '맘마미아!'는 개막 2주 전에 취소했으며 뮤지컬 '렌트' 역시 계획된 기간을 채우지 못하고 막을 내려야 했다.

그뿐이랴. 연극 '렛미인'은 영국 스태프들이 들어오지 못해 두 번이나 연기와 취소를 거듭했으니 참으로 한심하고 속 터질 노릇이다. 앞으로의 모든 공연들이 무사히 순항하기를 바라는 마음이지만 공연이 진행되는 동안 또 어떤 일들이 벌어질지 모르는 상황이다. 특히 올해는 코로나19로 인하여 수많은 공연들이 중단되고 취소된 경우들이 여러 차례 있었다. 이런 안타까운 소식을 접할 때마다 이제는 놀랄 일도 아닌 듯이 느껴진다. 이런 모습조차 습관이 되어버린 것 같아 안타까울 뿐이다.

이렇듯 여전히 불안하고 힘든 상황이지만 또 뮤지컬 '고스트'를 오픈하여 6개월간의 대장정을 시작했다. 코로나19 이후에는 대형작품을 무대에 올리기가 겁이 난다. 공연에 목말라하는 수많은 관객들의 격려와 응원에 큰 용기를 내고 있지만 쉽지 않은 환경임에는 틀림없다. 무려 170여 명의 스태프와 배우, 뮤지션이 참여하는 대형 프로덕션이라 걱정이 태산이다. 준비과정 내내 공연을 중단해야 할지, 연기를 해야 할지 고민과 갈등을 거듭했다. 하지만 '고스트'에 참여하고 있는 많은 예술가들을 뜬금없이 실업자로 만들 수는 없지 않는가? 그렇지 않아도 대형 공연이 많지 않는 요즘, 스태프와 배우들의 무대에 대한 갈증을 차마 외면할 수 없어 강행하기로 하였다.

하지만 어떤 컴퍼니도 쉽게 나서지 못했던 대형공연을 선제적이고 공격적으로 추진할 수 있었던 것은 무엇보다 배우와 스태프들의 양보와 배려, 나눔의 미덕 때문이다. 모든 예술가들의 고통분담이 나에게 큰 용기와 감동을 주었다. 작품들이 쪼그라들고 있어 무대가 얼마나 귀하고 소중한지 절박하게 깨닫고 있는 요즘, 귀한 무대를 채우기 위해 모두가 탄탄한 앙상블로 뭉쳐 있는 것 자체가 나에게 감동으로 다가왔다. 어려운 시기에 나눔의 멋진 문화를 만들어 간다는 것 자체가 귀감이 되지 않을까 싶다.

그렇게 우여곡절 끝에 '고스트'가 시작되었다. 14명의 영국 오리지널 크레이티브팀들은 내한하여 2주간의 자가격리를 거친 후 국내 배우 스태프와 함께 6주간의 피나는 훈련을 반복하며 작품을 완성시켰다.

7년 만에 돌아온 고스트는 화려한 무대와 배우들의 열연으로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물론 아직도 공연이 끝나려면 수많은 난관이 남아있다. 하지만 모처럼 귀한 무대에서 절박하게 노래를 내뿜는 '고스트'팀의 열정은 코로나19도 꺾지는 못할 것이다. 그들과 같이 한 걸음 한 걸음 내딛으며 다시금 뷰티풀 랜딩을 꿈꾸어 본다.

저작권자 © 해남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