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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장의 추억

기사승인 2021.01.22  16:00: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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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국가대표팀이나 프로축구 경기에서 주장 선수는 팔에 완장을 찬다. 감독이나 동료 선수에 의해 뽑힌 주장은 그라운드의 일선 지휘관이다. 심판 판정에 대한 항의도 주장이 하는 게 원칙이다. 완장을 찬 선수는 실력을 갖추는 것은 물론 코치진과 선수들 사이에 신망이 높아야 한다.

그래서 '이방인' 박지성, 손흥민 선수는 대단하다. 그들은 축구의 본고장이자 세계 최고의 프로축구 무대인 영국에서 소속 팀의 완장을 꿰찼기 때문이다. 팔에 두르는 완장(腕章)은 스포츠 무대에서 영광의 휘장이다. 이게 사회에서는 권력이나 권한을 가진 사람의 의미로 곧잘 쓰인다. 남의 힘을 빌려 위세를 부리는 호가호위(狐假虎威)의 징표이기도 하다.

1983년 출간된 윤홍길의 소설 '완장'은 내용 일부가 고교 교과서에 실리기도 했지만, 수능시험 대비 필독서이다. 이 소설은 권력을 상징하는 완장의 속성을 해학적으로 그렸다. 전북 김제의 한 저수지를 배경으로 한 내용은 대충 이렇다. 땅 투기로 졸부가 된 최 사장은 마을 저수지의 사용권을 따내 양어장을 만든다. 백수건달인 임종술은 '감독'이라는 완장에 매료되어 저수지 관리를 맡는다. 그는 완장을 차면서 안하무인이 된다. 동네 사람에게 쥐꼬리만한 권력을 휘두르고, 급기야 자신을 고용한 최 사장 일행의 낚시마저 금지해 결국 관리인 자리에서 쫓겨난다. 그는 해고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저수지를 지키고, 가뭄으로 저수지 물을 빼내는 수리조합 직원들과도 충돌한다. 종술이 버린 완장은 물이 빠지는 저수지 수면을 떠다닌다. 권력의 허상을 보여주는 메시지이다.

'사람이 꽃보다 아름다워'로 유명한 민중가수 안치환은 지난해 7월 직접 작사·작곡한 '아이러니'를 발표했다. '일 푼의 깜냥도 아닌 것이/눈 어둔 권력에 알랑대니/콩고물의 완장을 차셨네/진보의 힘 자신을 키웠다네/아이러니 왜 이러니 죽쒀서 개줬니/아이러니 다이러니 다를 게 없잖니/꺼져라 기회주의자여//' 진보 권력의 기회주의자에 대한 비판의 메시지를 담고 있다.

시간을 한참 거슬러 올라가 본다. 고인이 된 김성환 화백은 '고바우 영감'(동아일보 4단 시사만화)에서 1958년 1월 23일자에 '완장 찬 똥지게꾼'을 실었다. (동네 똥지게꾼이 당시 대통령 관저인 경무대에서 나오는 똥지게꾼을 보고)"앗! 저기 온다"(고 말한다.)/"어흠"(하며 거만하게 지나가는 경무대 똥지게꾼에게)"귀하신 몸 행차하시나이까?"(하며 90도로 인사한다.)/(고바우 영감이 나타나서)"저 어른이 누구신가요?"(하고 묻자)"쉬"(하면서 입단속을 한다.)/(경무대 똥지게꾼이 멀어지자)"경무대에서 똥을 치는 분이오"(하며 끝난다.) 권력 가까이서 하찮은 일을 하는 사람까지 완장의 위세를 부리던 세태를 빗댄 만화이다. 김 화백은 이 만화로 경찰에 불려가 사흘간 고초를 당하기도 했다.

완장은 사라진 듯 싶지만 여전히 유효하고 살아있다. 지금도 권력기관 청사를 지키는 경비원(수위)은 아파트 단지나 일반 빌딩 경비원과는 다르다. 뒷배경이 다르기 때문이다.

헌법 1조 2항에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고 명시되어 있다. 하지만 현실은 한참 떨어져 있다. 권력층은 여전히 천부적 권력자인 양 행세한다. 최근 잡음이 일고 있는 일부 이장선거의 모습에서도 완장의 냄새가 물씬 풍긴다. 그 감투는 마을 주민에게서 나왔다. 이를 가슴에 새기면 모든 일 처리가 순리대로 될 터인데….

양동원 편집국장 dwyang9@hnews.co.kr

<저작권자 © 해남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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