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영상(전 전남문화관광재단 사무처장)

 
 

'2020해남방문의해'에 대한 개인적인 부채의식이 있다. 그 이유에 대해 함구하고 있었지만 지난해 7월 해남군 종합발전계획 수립을 위한 주민참여연구단 1차 회의에서 군수의 인사말을 통해 밝혀진 바 있다. 그 부채의식 때문에 코로나의 직격탄을 맞은 이 사업에 대해 한 해 동안 늘 가슴 조이고 안타까워했다.

코로나의 위세는 처음에는 그저 이 또한 지나갈 것으로 생각했지만 해를 넘기고 말았다. 일상을 빼앗겼고, 문화예술과 관광을 멈추게 했다. 이 사업은 결론적으로 소기의 성과를 거뒀다고 할 수 있다. 해남관광에 대한 마인드가 정착되고 가능성을 확인하는 출발점이 됐다. 만약 당초 계획대로 용역을 거쳐 2021해남방문의해를 계획했다면 선포식도 못하고 올해를 맞이할 뻔했을 것이라고 주장한다면 아전인수격일까.

전남의 시·군들이 의뢰한 용역보고서에 나온 관광 관련 단골 키워드는 체류형 관광, 관광 자원화, 역사관광콘텐츠, 스토리텔링, 치유관광, 생태관광, 농촌관광 등이다.

전라남도문화관광재단 근무 시절 목포해상케이블카 사업과 관련해서 목포부시장과 의견을 나눈 적이 있다. 그때 목포해상케이블카가 설치되면 이제 여수처럼 관광객이 몰릴 것이라 생각하는지 물었다. KTX, 고속도로, 해상케이블카 등 SOC와 조건이 똑같이 충족되니 말이다. 여수 밤바다를 대적할 만한 것으로 평화광장과 해상분수도 있기 때문이다. 문제는 숙박시설이었다. 여수는 숙박료가 소액의 게스트하우스에서 10배가 넘는 호텔 등 숙박시설이 다양하다. 체류형 관광이 존재하는 이유다. 심지어 순천국가정원을 둘러보고 여수에서 묵고 가는 것으로 알려졌다.

여수 밤바다 포장마차는 바가지요금이 없고, 위생적이라는 입소문이 한몫하고 있다. 서해안고속도로가 개통돼 남녘으로 달려온 관광객들이 목포 북항에 있는 횟집에서 만족했는지 한번쯤 점검해 볼 일이라고 제언했다. 해남도 마찬가지다. 관광지 바가지요금에 대한 불만족은 종식되지 않고 있다.

생태관광, 농촌관광도 용역보고서에서 자주 등장하지만 그리 녹록한 주제는 아니다. 해남은 해안선과 두륜산도립공원, 달마산이 생태관광에 최적화된 천혜의 자연자원이다. 문제는 자연자원에 대한 기초조사가 부실하다는 것이다. 지역자원의 조사가 선행된 뒤에 그 가치를 인식해 관광자원화해야 하는 것이다. 농사가 주업인 해남군의 농촌관광도 관심거리다. 농촌관광에 관한 한 규모는 중국, 디테일은 한국이라고 한다. 이제 해남에서 바나나 등 열대, 아열대 작물을 재배하기 위한 가온비닐하우스의 스마트팜 시설도 관광자원화 될 수 있다.

관광에서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는 둘 다 중요하다. 관광기반시설과 관광지 조성은 전제돼야 하지만 방치된 하드웨어도 많다. 최신 소프트웨어를 심는 작업이 계속돼야 한다.

해남관광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땅끝'에 대해 혹자는 곰탕 우려먹듯이 '땅끝'만 가지고 해남관광을 활성화할 것이면 오산이라고 일침을 놓았다. '땅끝'도 중요하지만 더 다양한 소프트웨어를 탑재하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

'2020해남방문의해' 사업으로 엄청난 변화와 성과를 거두지는 못했을지라도 해남이 관광을 위해 이처럼 노력한 적이 없었다. 결국 관광에 눈을 떴다는 표현이 맞을 것이다. 해남관광 이미지 제고를 위해 불철주야 노력하는 담당 직원들의 노고에 박수를 보낸다. 해남관광은 마무리된 것이 아니라 진행형이다. 문화관광과에서 관광과로 독립한 지 몇 년 만에 서기관이 과장으로 배치된 것만 봐도 군수의 해남관광에 대한 의지를 엿볼 수 있다.

민간분야에서도 해남관광을 위해 역할을 해야 하리라 본다. 주민자치와 함께 민관협치가 절실한 분야가 관광이기 때문이다. 지극히 개인적인 부채의식으로 민간분야의 역할이 무엇인지 고민해야 하는 또 하나의 부채가 생겨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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