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남재(전 해남군 기획실장)

 
 

태어나서 지금까지 내 고향 해남을 오랫동안 떠나본 적이 없다. 해남에서 태어나 해남에서 자라고 해남에서 직장 생활을 하고, 퇴직을 한 지금도 해남에서 생활하고 있다. 어떻게 보면 '다른 지역에서 살아보는 것도 좋지 않았을까'하는 생각을 할 수도 있지만, 아니 한때는 그런 생각을 품은 적도 있지만, 지금은 어머니 품 같은 따뜻한 정이 넘치는 고향에서 살고 있다는 것이 얼마나 행복하고 다행이다 싶은지 모른다. 그렇지만 30여 년을 공직자로서 군민을 위해 봉사하다가 정년퇴직을 하고 이제 7개월이 지나가고 있는 요즘에는 지금까지 느끼지 못했던 아쉬운 생각을 가끔 하곤 한다.

공직자로서 군민을 위해서 무엇을 했던가? 군민들이 힘 들어 할 때 과연 공직자로서 어떻게 했던가? 또 민원을 처리할 때 나는 어떤 마음으로 어떻게 처리했던가? 나름대로 최선을 다했다고 자신했지만 생각해 보니 많은 아쉬움이 남는다. 또한 태어나서 지금까지 살면서, 내 고향 해남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었는가?

해남의 특산품이 무엇이고, 해남의 좋은 점은 무엇이며, 맛있는 음식은 무엇인가? 등등 여러 가지 질문을 할 때면 즉시 답변하지 못하고 잠시 머뭇거려진다. 내 일상에 항상 접해 있던 것임에도 질문을 받았을 때 과연 어떠한 것이 있는지, 특색 있는 것이 무엇이 있는지 자세히 알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아니 몰라서가 아니라 깊이 생각해 보지 않았기 때문이다.

새해 신축년을 맞아 자신에게 이런 질문을 던져 본다. 군민의 한 사람으로서 내 고향 해남을 진정으로 사랑하고, 해남의 번영을 위해 긍정적인 마음으로 응원할 수 있는가? 군민 화합을 위해 진정한 마음으로 함께 할 수 있는가? 스스로 이런 질문을 해보는 순간, 평소에 느끼지 못했던 애향심이 내 마음을 더 유동치게 만드는 것 같다. 함께 잘살고 행복이 가득한 해남을 위해 군민으로서 내가 할 수 있는 것을 찾아서 실천해보려고 한다.

나는 '함께하면 행복하다'는 말을 좋아한다. 아무리 어렵고 힘들더라도 모두가 한마음 한뜻으로 소통하면서 책임과 의무를 다한다면 우리가 원하는 '잘살고 행복한 해남'이 빨리 올 것이라고 확신한다.

손자병법 제1편 시계(始計)에 도(道)는 민중들로 하여금 위와 뜻을 같이하는 것이다. 그러므로 가히 함께 죽기도 하고 함께 살기도 하면서 민중이 의심을 하지 않는 것이다(道者, 令民與上同意也. 故可與之死, 可與之生, 而民不詭也.)라는 글이 있다. 도는 일치된 마음으로 험한 경쟁의 틈바구니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서로가 빈틈없이 한마음이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함께 죽기도 하고 살기도 하는 생사의 완전한 일체를 의미한다. 다시 말해 소통을 뜻하는 것으로 위기 돌파에 이것보다 더 중요한 것이 없다는 뜻으로 해석된다.(두번 읽는 손자병법, 글·그림 노병천)

우리 해남이 잘살고 평화로운 사회, 그리고 무한한 번영을 위해서는 군민과 공직자, 남녀노소의 진솔한 소통(한마음)이 우선되어야 가능하다고 본다.

현재의 해남 군정은 안정적으로 잘 운영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예기치 못했던 코로나19로 인해 우리의 모든 손과 발, 경제적인 모든 활동이 멈추다시피 했지만 그래도 우리 해남은 다른 지역에 비해서 청정지역이고, 경제활동이 매우 힘들어졌지만 어려움 속에서도 슬기롭게 대처를 잘해 나가고 있다.

이 모든 것은 공직자들과 우리 군민들이 합심으로 단결하여 잘 이겨내고 서로 화합하고 이끌어 가는 덕택이 아닌가 싶다. 새해 새로운 마음으로 소처럼 우직하게 지금의 어려움을 헤쳐나가야 한다. 좋은 일은 널리 알려서 우리의 미덕으로 삼고, 잘못된 부분에 대해서는 과감하게 수정하고 개선해서 지난해보다 더 발전되고 함께 잘사는 해남군을 만들어 가는 것이 우리가 해야 할 일이다.

비록 코로나19라는 큰 적이 앞에 버티고 있지만, 지금까지 해왔던 것처럼 조금만 더 힘을 내자. 우리의 행복을 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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