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북일면 박형순·김광순 씨 부부

▲ 한창 수확철을 맞아 주렁주렁 열린 복숭아 나무 앞에 선 북일 박형순·김광순 씨 부부.
▲ 한창 수확철을 맞아 주렁주렁 열린 복숭아 나무 앞에 선 북일 박형순·김광순 씨 부부.

 

 
 

8년 전 시작해
2500평에 200그루 일궈
비바람 많은 기상여건
이겨낸 성공신화
"한 그루 수익이
200평 벼 농사 맞먹어"

 

북일에는 해남에서 단 하나뿐인 복숭아 농장이 있다. 올해로 8년째인 청심도원에는 요즘 복숭아 수확이 한창이다. 박형순(69)·김광순(63) 씨 부부가 오로지 열정과 땀으로 일군 복숭아 농장에서는 매년 6월 20일께부터 8월 말까지 2개월 이상 복숭아가 출하된다.

지난 18일 '푸른 마음의 복숭아 동산'이라는 뜻의 청심도원(靑心桃園)을 찾았다. 박 씨는 "복숭아가 좋아 다른 농사를 그만두고 8년 전 시작했다"면서 "올해는 봄부터 바람이 많이 불고 늦서리와 폭우 등 기상여건이 좋지 않아 작황이 예년보다 못하다"고 말했다.

해남은 물론 인근 진도나 완도 등을 훑어봐도 복숭아 농장은 청심도원이 유일하다. 해안가의 많은 바람과 잦은 비가 복숭아를 키우는 데 좋은 입지가 아니기 때문이다. 비가 내리거나 바람이 불면 세균성 구멍병(천공병)에 노출되기 쉽다. 잎과 열매에 세균이 침입하는 천공병에 걸리면 검은 반점이 생기면서 썩게 된다.

박 씨 부부가 복숭아 농장을 성공적으로 일군 것은 바람이 덜 부는 입지를 골라 정성과 땀을 아낌없이 쏟은 결과물이다. 2500여 평의 농장에는 미황, 대옥계, 단황도, 대극천 등 8개 안팎의 품종인 복숭아 나무 200그루가 있다.

지난해 가을 심은 나무를 제외하면 올해 140여 그루에서 복숭아가 수확되고 있다. 보통 500~600개가 열리지만 잘 자란 큰 나무에는 1000개의 복숭아가 주렁주렁 달린다. 이곳에서 생산되는 복숭아는 로컬푸드와 농축협 하나로마트 등 대부분 해남으로 출하된다. 가끔 광주 각화동 농산물공판장에서 경매에 부치기도 한다. 요즘 소포장(6개 들이) 출하가격은 1만1000~1만2000원.

아내 김광순 씨는 "작황이 좋으면 한 그루에서 벼 농사 한 마지기(200평)에 맞먹는 수익이 나온다"고 말했다.

박 씨의 자부심도 대단하다. 충북 음성, 옥천 등 전국 여러 복숭아 농장을 다녔지만 자신이 키운 나무보다 크고 건실한 곳은 단 한 군데에 그쳤다는 것. 그만큼 열정을 쏟았다. 동종 업계에서 찾아온 사람들도 깜짝 놀랄 정도이다.

복숭아 나무에는 약제가 많이 사용된다. 보통 1주일에 2~3번은 살포해야 한다. 그렇지만 박 씨는 가능한 친환경 복숭아 생산을 위해 1주일에 1번 이하로 줄였다.

복숭아 농사에는 인부를 쓰지 않고 전적으로 박 씨 부부가 해낸다. 보통 5월 말에서 6월 초까지 5만 개에 달하는 봉지 씌우기 작업을 한다. 이때도 부부가 다 한다. 주변에 숙련된 사람이 없기 때문이다. 인부 한 사람이 온종일 일해도 봉지 작업량이 500~600개에 그친다. 보통 봉지 한 개 씌우는 인건비가 50원(타 지역 기준)인데 일당으로 2만5000원을 줄 수는 없다. 부부가 힘을 합치면 하루에 5000개 정도는 거뜬히 해낸다. 복숭아에 봉지를 씌워야 벌레를 예방하고 연하며 맛이 더 난다.

해남에서는 기상 여건이 좋지 않고 일거리가 많아 선뜻 복숭아 농사를 하려는 사람이 없다. 그렇지만 복숭아 농사를 꿈꾸는 후배가 나온다면 전국에서 내로라할 정도의 귀감이 되고 싶다. 박 씨는 "입지를 고를 때 가능한 바람이 적게 불어야 하지만 바람을 막을 방풍림을 먼저 심을 것을 권장하고 싶다"며 "지금도 충북 옥천 등지를 다니며 복숭아 농사법을 배우고 있지만 성심을 다하면 여느 농사보다 재밌다"고 말했다.

이들 부부는 농약통도 직접 짊어지고 나무 사이를 비집으며 농약을 살포한다. 그러면서 나름 억지(?) 섞인 말을 전한다. "충청도에 갔더니 한 농장주가 '농군인 해남에서 유일한 복숭아 농장에 방제용 SS기(살포기) 하나 지원 못해준다는 게 말이 되느냐'고 했다"며 웃음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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