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통약자·청소년 등 30분 걷기로 불편
택시업계 지원 등 상생 방안 마련돼야
경북 성주는 올 1월부터 시행해 호응

교통약자와 청소년들의 이동편의를 위해 공공기관과 병원, 터미널, 전통시장, 각 학교, 주거밀집 지역 등 주요 지점을 도는 이른바 읍내 순환버스 도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다만 택시업계의 찬성이 전제돼야 하는 상황이어서 택시업계에 대한 지원책과 상생방안에 대한 공론화도 요구된다.

현재 해남읍의 경우 구교리권과 해리권을 걸어서 이동할 경우 짧게 잡아도 30분 정도가 소요된다. 학생들의 경우 해리 아파트 밀집지역에서, 그리고 면단위 학생들의 경우 해남터미널에서 내려 학교까지 걸어갈 경우 30분 정도걸린다. 그래서 상당수 가정에서는 출근할 때 부모가 학생들을 태우고 학교로 가고 하교 시에는 학원 차량으로 이동한다. 그러다 보니 학교 앞은 항상 교통혼잡이 빚어지고 집에 차가 없거나 면단위 학생들의 경우 불편이 이어지고 있다. 청소년 안심귀가 택시 지원사업이 있지만 야간학습이나 방과후 학원 이용 학생들로 제한되고 있다.

A 학생은 "최근 해리에 청소년누림문화센터가 개관했지만 구교리권 청소년들은 먼거리를 걸어서 가야 하는 부담 때문에 쉽게 이용에 나서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노인과 장애인 등 교통약자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병원이나 이미용실, 군청이나 읍사무소, 복지관 등을 가고 싶지만 택시를 타기는 애매하고 걸어서 이동하는 경우가 많다. 노인복지관에서 셔틀버스를 운행하지만 읍 중심이 아니라 면단위 어르신을 복지관으로 수송하는 역할을 하고 있고 장애인복지관 셔틀버스는 읍내를 돌고 있지만 정거장도 제한되고 하루 6회 운행에 불과하다. 면단위 장애인의 경우 터미널에서 내려 복지관 셔틀버스 시간이 애매할 경우 그냥 20분 넘게 걸어서 복지관까지 오는 경우도 있다. 교통약자를 위한 콜택시가 7대 운영되고 있지만 예약이 힘들고 번거로운데다 급할 때는 바로 이용하기가 어려운 상황이다.

농어촌버스도 운행되고 있지만 읍과 면단위를 잇는 역할인데다 읍내 중심권에는 정거장이 4곳에 불과하다.

장애인단체 관계자는 "거동이 불편한 어르신과 장애인들의 경우 생활권이 셔틀버스가 운행되는 정거장이나 복지관 중심으로 한정될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며 "이들이 관공서나 미용실, 시장, 병원 등 일상적인 생활을 편하게 누릴 수 있고 생활권역을 확대할 수 있도록 순환버스가 도입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읍내 순환버스는 필요성만 가지고 될 문제가 아니다. 택시업계의 동의나 합의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개인택시 해남군지부 이창주 지부장은 "코로나까지 겹쳐 승객 감소로 생계에 위협을 받고 있는 상황에서 읍내 순환버스가 도입되면 택시들은 영업을 하지 말라는 것이나 마찬가지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택시업계는 읍내 순환버스에 결사반대 입장을 밝히고 있고 이와 별개로 택시 지원책으로 신안군의 정책을 벤치마킹해 70세 이상 어르신들에게 매달 4만원씩 택시전용카드를 지급하는 정책 신설을 요구하고 있다. 또 비휠체어 장애인들이나 일반인이 전남권 어디든지 싼 요금으로 이동이 가능한 임차택시(대당 월 300만원 지원) 30대 도입 등을 요구하고 있다.

읍내 순환버스 도입과 관련해 일부에서는 공공영역에서 어디까지 지원을 해야 하는지에 대한 근본적인 논란이 불가피해 시기상조라는 의견과 함께 택시와 상생방안을 찾고 코로나로 어려움에 처한 관광버스와 관광기사들을 활용하면 지역경제 활성화나 일자리 창출에도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중요한 것은 필요성은 커지고 있는데 택시와의 상생방안 찾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어서 당사자들이 참여한 공론화를 통해 합리적인 방안이나 접점 찾기에 나서야 한다는 주장도 커지고 있다.

이런 가운데 올 1월 경북 성주군이 직영 형태로 읍내 순환버스 운행에 들어가 호응을 얻고 있다. 선거법 위반 소지를 없애기 위해 요금 100원을 받고 있고 택시와의 상생을 위해 터미널에서 전통시장까지 순환노선(요금 100원)은 택시업계에 맡기고 손실금액은 군에서 보전하는 이른바 다람쥐 택시도 운행하고 있다. 성주군은 4개 노선에 마을버스 5대를 투입해 하루 120회를 운행하고 있는데 정부의 전기차 지원을 이용하고 있고 버스 기사는 군청 정직원으로 채용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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