땀샘 없는 닭, 기온변화 민감
환풍기 의존 온도 유지 비상
황산에서 2000마리 폐사도

▲ 현산면 읍호리에 있는 오빠야농장(농장주 김승채)의 축사 내부 온도를 낮추기 위한 대형팬이 돌아가고 있다.
▲ 현산면 읍호리에 있는 오빠야농장(농장주 김승채)의 축사 내부 온도를 낮추기 위한 대형팬이 돌아가고 있다.

"환풍기 10대를 종일 돌려 환기를 시키면서 적정온도를 유지하고 있는데 날이 점점 더워져 걱정이 태산입니다."

매일 낮 기온이 30도 이상을 웃돌면서 축산농가들이 축사 내 적정온도 유지에 노심초사하고 있다. 특히 깃털로 덮여있지만 땀샘이 없어 체온조절이 어려운 닭을 키우는 농가들은 1도만 올라도 폐사 위험이 커지기 때문에 신경을 곤두세운다.

축산사업소에 따르면 이달 중순 이후 무더위가 시작되면서 황산면의 한 양계농장에서 2000마리의 닭이 폐사했다. 육계와 삼계, 산란계 등 양계농장은 대부분 폐쇄형 축사로 되어 있어 측면을 개방하기 어렵다. 이 때문에 축사에 대형 환풍기를 여러 대 설치해 외부와 내부 공기를 순환시켜 내부 온도를 낮춘다.

에어커튼을 설치해 바람이 닭에게 직접 갈 수 있도록 하고 쿨링패드와 안개분무, 냉방시설 등으로 온도를 낮추는 방법이 있지만 비용과 관리 문제가 뒤따른다. 쿨링패드와 냉방시설은 설치 비용이 부담되고 안개분무는 내부 온도를 순간적으로 낮추지만 습도가 높아지고 바닥에 물이 떨어지면서 병이 생길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 도입하기 어렵다.

해남군양계협회 진윤승 회장은 "온도가 35도 넘어가면 닭이 죽기 시작한다"며 "내부와 외부 공기를 계속 순환시키는데도 바깥이 더 더워지면 그것도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적정온도를 유지하기 위해 비싼 돈을 들여 설치해도 닭은 잘 크는데 출하할 때 외부 기온에 적응을 못해 죽는 경우도 봤다"며 "시설을 갖추려면 큰돈이 들어 쉽사리 설치하긴 어렵고 전기요금 부담도 크다"고 덧붙였다.

여름에는 축사에 설치된 10여 개의 대형 환풍기가 온종일 돌아간다. 환풍기가 고장 나거나 전기가 끊기면 30분 이내에 닭은 전부 폐사한다. 닭은 온도가 높아지면 입으로 호흡하다 간이 파열되면서 폐사로 이어진다.

폐사하면 재해보험으로 어느 정도 보상 받지만 가금류의 중량에 따라 보험료가 책정되고 자부담도 높은 실정이다. 보험료를 받더라도 위탁 사육하는 대부분 농장이 입식비용과 사룟값 등을 회사에 내야 하기에 농가의 손해가 크다.

온도가 높아지면 닭이 잘 자라지 못한다. 회사에서 원하는 무게까지 키워야 하는데 입식 후 25일에서 30일까지 키우는 데 필요 무게를 못 맞출 때도 있어 생산비가 더 들어간다. 폐사된 닭을 처리하는 것도 문제다. 농가가 폐사된 닭을 개별적으로 처리해야 하기에 처리비용도 들어간다.

체온조절이 어려운 닭을 키우면서 여름에는 전기료, 겨울에는 난방비가 많이 들어간다. 난방비는 회사에서 일정 부분 지원하지만 전기료는 제외된다. 난방비도 유가가 매일같이 변경되는데 금액은 고정되다 보니 부담이 크다.

겨울에는 조류인플루엔자(AI)로 양계농장 종사자들은 외부와 차단된 생활을 한다. 지난 4년간 해남이 AI 청정지역을 유지할 수 있었던 것은 농장에서부터 철저한 방역에 나섰기 때문이다. 양계를 포함한 가금류 농장에서는 일 년 내내 더위, 추위, AI와 전쟁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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