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계 위해 하루 2만원 벌이 '땀범벅'
폐지가격 오르면서 해남 40명 달해

▲ 한 할아버지가 옛 광주은행 사거리 부근에서 폐지 줍는 작업을 하고 있다.
▲ 한 할아버지가 옛 광주은행 사거리 부근에서 폐지 줍는 작업을 하고 있다.

"집에 있으면 뭐 한당가, 조금이라도 벌려면 이렇게 나와야지."

연일 30도가 넘는 찜통더위가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A(84) 할아버지는 지난 27일에도 운반용 카트를 끌고 옛 광주은행 사거리 골목 곳곳을 돌며 종이박스 줍기에 나섰다.

여러 기관과 단체 도움으로 챙이 넓은 모자와 야광조끼, 토시 등을 착용하고 폐지 줍기에 나섰지만 어느새 얼굴은 땀범벅이 되고 까맣게 탄 피부는 숨길 수가 없다. 코로나 여파로 마스크까지 쓰고 작업을 해야 하니 숨이 가쁘고 더 힘들 수밖에 없다. 박스 안에 온갖 비닐과 생활쓰레기가 담겨 있어도 이를 말없이 분리작업하고 아무데나 버려진 박스를 챙기는 것도 할아버지의 몫이다.

할아버지는 오전 8시 30분부터 4시간여 동안 폐지 줍기에 나서 집에 있는 리어카로 옮겨 담은 뒤 고물상에 가져가 파는데 하루 손에 쥐는 금액은 2만원 정도.

몇 년 전만 해도 폐지값이 1kg에 50원에 불과해 하루 5000원 벌기도 힘들었지만 최근에는 값이 140원까지 치솟으며 하루에 2만원 정도의 수입이 생기고 있다.

A 할아버지는 "아내와 함께 사는데 오전에 폐지를 줍고 오후에는 노인일자리 사업에 참여하며 생계를 유지하고 있다"며 "집에만 있으면 심심하고 더 아프게 된다"고 말했다.

할아버지는 또 "전화번호를 가져간 다음 박스를 챙겨놨다며 가져가라고 전화를 주는 주민들이나 나를 보고는 잠깐 기다리라고 한 뒤 모아둔 박스를 가져다주는 주민들을 만날 때면 힘든 것도 잊게 된다"고 덧붙였다.

해남군이 최근 실태조사를 실시한 결과 해남에는 폐지 수거노인이 41명에 이르고 이들 중 기초생활수급자가 22명, 기초연금수급자가 19명인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연령별로는 65~75세 16명, 76~89세 23명, 90세 이상도 2명에 달했다.

한편 취약계층의 폭염 대책 일환으로 폐지 수거 노인들을 위해 해남군이 나서 미세먼지 마스크와 여름용 안전조끼, 냉토시나 냉스카프, 자외선 차단모자와 텀블러, 생수를 일괄적으로 지원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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