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찬규(진이찬방 식품연구센터장)

 
 

해남의 가을은 고천암의 넓게 펼쳐진 벌판에서부터 시작한다. 벼 이삭이 고개를 숙이고 있는 황금 들녘은 해남의 가을에 볼 수 있는 장관이다. 올해는 태풍이 거의 없이 비가 적당히 내렸다. 일조량도 많아 병충해 피해가 적어 벼 작황이 순조롭다.

벼 재배면적이 증가한 해남은 어느 지역을 가더라도 황금빛을 나타낸다.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재배면적의 증가율이 가장 높은 지역은 해남으로 전년보다 약 14.6%가 늘어난(2703㏊) 2만1170㏊에 달한다. 이는 전국에서 가장 넓은 면적이다. 쌀 20㎏ 도매가격도 작년에 연평균 4만9872원에서 올해 5만8287원으로 전년보다 16.9%(8415원) 올라 벼 재배면적이 늘어난 주요 원인이 되고 있다. 또한 논에서 벼 이외 다른 작물을 재배하면 지원금을 주는 '논 타작물 재배지원사업'이 종료되고 공익형 직불제가 도입된 것도 재배면적 증가의 또 다른 원인이다.

해남은 올해 쌀 생산량이 큰 폭으로 늘어날 전망에 따라 어느 곳보다 활기를 찾는 농촌이 되고 있다. 해남에서는 가을이 되면 벼 이삭의 황금벌판뿐만 아니라 밭마다 절임용 배추가 풍성하게 자라고 있는 것도 흔한 풍경이다. 가을에 파랗게 자라고 있는 배추밭의 풍경은 해남을 연상시키는 또 다른 모습이다. 이모작을 할 수 있는 해남의 따뜻한 기후가 배추농사로 소득을 올리는데 한몫을 하고 있는 셈이다.

해남에서 나는 특산물로는 대표적으로 쌀, 고구마, 절임배추, 밤호박이 있는데 그 중에서도 절임배추 비중이 가장 크다. 농촌이 조금은 한가해질 때 배추를 심은 뒤 3개월 만에 수확하여 전국에 절임배추를 판매하며 얻는 수익이 결코 적지 않다.

또한 자연환경적으로 해남의 아름다운 가을을 볼 수 있는 장소는 크게 두륜산과 달마산, 만대산을 꼽을 수 있다. 그 외에 고천암 길을 따라 피어있는 코스모스도 해남의 가을 풍경에서 빠질 수 없는 코스다. 두륜산은 가련봉, 두륜봉, 노승봉, 고계봉이 남해를 굽어보며 우뚝 솟아 있는 형세다. 관광명소인 대흥사의 전경을 감상할 수 있으며 1979년 12월에 도립공원으로 지정되었다. 두륜산은 해남의 북평면과 삼산면, 그리고 북일면에 소재하면서 옥천면의 황금 들판을 한눈에 보며 강진만과 완도를 잇는 바다와 섬들을 볼 수 있다.

다음으로 달마산은 불선봉을 지나 도솔봉까지 약 8km에 걸쳐 기세를 자랑하고 있으며 남해를 바라보면서 해남의 가을을 만끽할 수 있는 곳이다. 달마산 서쪽으로는 우리나라 육지의 가장 남쪽에 자리한 사찰인 미황사가 있다. 도솔봉 정상에 있는 도솔암은 남해로 둘러싸인 해남, 장흥, 강진, 완도를 멀리 바라볼 수 있는 천혜의 명소로 유명하다. 그 다음으로 만대산의 경우 산을 오르다 중간에 만나는 삼봉은 해남읍을 바라볼 수 있는 최적의 장소이다. 넓게 펼쳐진 삼산의 황금벌판과 조화를 이루고 있는 해남읍의 풍경은 금강저수지와 어우러져 장관을 이룬다.

이처럼 해남의 가을은 볼거리가 풍성하고 먹거리를 생산해낼 수 있는 비옥한 토지가 있다. 땅은 거짓이 없기 때문에 정성들여 가꾸면 농부에게 수확을 맛보게 해준다. 도시에서는 맛볼 수 없는 자연환경과 수확의 기쁨이 커서 해남에 귀촌해서 맞이하는 가을은 행복하다. 한여름에 쏟은 땀이 결실을 맺어 풍요로움을 가져다주는 농촌을 배우고 익히면서 자치활동도 더 열심히 하게 되고 농사일에 더 관심을 갖는 계기가 되고 있다. 이제는 자연환경과 향토문화를 접목하여 문화관광을 활성화하는 방향으로 해남의 자연과 농촌을 자원화하는 방법이 필요하다. 지금보다도 더 특화된 농촌의 가을을 만들 수 있는 가능성은 없는지 찾아보고 해남의 가을이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농촌의 모습으로 자리매김되길 희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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