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웅(지질학박사·숭문고 지구과학 교사)

 
 

해남 황산면 우항리 지층은 왜 세계적인 공룡화석지라고 할까? 문화재청은 왜 우항리 화석지를 천연기념물 제394호로 지정했고, 과학기술부는 왜 국가중요과학기술자료 자연사-2호로 등록하였을까? 두륜산은 어떻게 만들어졌고, 달마산과 달마고도의 비경을 이루는 암석과 지형은 어떻게 생겼을까?

황산면에 있는 작은 마을 우항리가 유명세를 타게 된 것은 1970년대 중반이다. 석유파동으로 산유국이 부러웠던 당시, 이 지층에 석유가 있다는 것이다. 지질학자들이 집중적으로 조사한 결과, 석유의 흔적은 있으나 경제적인 가치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런데 석유를 조사하다가 이 지층이 지질학적으로 매우 중요하고 학술적으로 가치가 높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이후 본격적인 연구가 시작된 것이다. 약 1억년 전 해남에는 화산이 폭발적으로 분화하였고, 넓은 평원과 호수가 있었다는 것이다. 호수는 커다란 공룡과 익룡, 다양한 새들의 쉼터였다는 것이다. 많은 철새들이 겨울을 나는 고천암 호수처럼 말이다. 해남 지질 명소에는 어떤 재미있는 이야기를 담고 있을까?

우리의 역사를 이해하려면 대한민국, 일제강점기, 조선시대 등을 알고 있어야 하듯이 지구의 역사를 알려면 지질시대, 즉 지구의 시간에 대해 알아야 한다. 지구에서 살았던 가장 거대한 동물이 공룡인데, 공룡이 살던 시대를 중생대라고 한다. 공룡이 탄생한 이전의 시대는 고생대, 공룡이 멸종한 이후의 시대는 신생대이다. 고생대 이전의 시대는 선캄브리아 시대라고 한다. 다시 정리해서 순서대로 말하면 선캄브리아 시대(46억 년~5억4000만 년 전)-고생대(5억4000만 년~2억5000만 년 전)-중생대(2억5000만 년~6600만 년 전)-신생대(6600만 년 전~현재) 순서가 된다. 해남에는 이런 지질시대에 만들어진 암석이 다 있다.

해남에서 가장 오래된 암석은 달마산 동쪽 북평면 지역에 있는 선캄브리아 시대의 변성암이다. 고생대에 만들어진 암석은 땅끝에서 달마산을 거쳐 북동쪽으로 이어지는 덕룡산 줄기에 있다. 달마산을 중심으로 공룡 등뼈처럼 뻗은 산줄기는 고생대 바다에서 쌓인 모래가 굳어 만들어졌다. 달마산을 따라 조성된 달마고도를 걷다 보면 커다란 바위가 굴러떨어져 쌓여있는 너덜을 만나게 되는데, 이 너덜바위가 바로 달마산 줄기를 만든 규암이다. 풍화에 강한 규암은 갈라지고 깨지는 성질이 있어서 달마산의 기암괴석과 너덜을 만들었다. 달마산 기슭에는 많은 박쥐가 살고 있는 신기한 수정동굴이 숨어 있다. 달마고도는 땅끝과 다도해를 볼 수 있는 힐링 산책로로 해남을 대표하는 지질탐방로가 될 수 있다.

해남을 대표하는 지질 유산은 앞에서 말한 황산면 우항리층이다. 1990년대 초 공룡발자국 화석이 처음 발견된 이후, 아시아 최초로 익룡 발자국 화석이 발견되었고, 많은 새 발자국 화석이 발견되었다. 이 새 발자국은 오리처럼 물갈퀴를 갖고 있는 것으로 발견 당시에는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것으로 학계를 깜짝 놀라게 하였다. 우항리 한 지층에서 공룡 발자국, 익룡 발자국, 물갈퀴 새 발자국 화석이 발견된 것은 이 동물들이 같은 환경을 공유하면서 생존했다는 증거이다. 이것은 생물의 역사와 진화를 연구하는데 매우 중요한 자료가 되었다. 황산면 병온리-우항리-우항포-신성리를 잇는 약 5km의 퇴적층은 공룡이 번성하던 중생대 백악기에 형성된 암석으로 학생들의 교과서에 나오는 명소이다. 바로 옆 호수에는 계절에 따라 다양한 철새가 있어서 한적한 걷기 여행을 즐길 수 있는 멋진 지질 탐방로가 될 수 있다.

명량대첩 전승지로 알려진 울돌목은 우리나라에서 가장 조류가 빠르게 흐르는 곳으로 교과서에 소개된 명소이다. 최근에 세운 스카이워크 전망대에 서면 소용돌이를 일으키면서 휘감아 흐르는 강한 물줄기를 볼 수 있다. 전체적인 지형을 보고 싶으면 최근 개통한 명량해상케이블카를 타고 울돌목을 건너면 좋다. 여기에서는 해남과 진도의 해안 절경과 다도해를 한 눈에 볼 수 있다. 울돌목에서 가까운 양정리 해안의 줄무늬 바위는 우리나라에서 하나밖에 없는 신기한 자갈마당을 만들었다. 바닷가 작은 자갈에는 과학 시간에 배운 지층과 단층이 들어 있다. 무도리 선창가에 가면 해안가 절벽이 오랜 파도의 침식으로 거대한 파도 모양의 해식와라는 지형이 만들어졌다. 여기에는 돌개구멍과 그루브(groove)라는 침식골 구조가 합쳐진 특이한 형태의 지형이 있는데, 이 지형은 아직 공식적인 이름이 없다.

해남을 대표하는 두륜산은 마그마가 뚫고 나오다가 얕은 땅속에서 굳은 그래노파이어(granophyre)라는 암석이다. 그래서 두륜산 정상 부근에는 기암괴석과 주상절리가 발달되어 있다. 호남에서 주상절리는 무등산 정상의 입석대가 최고의 경치를 보여주지만 이를 축소한 작은 주상절리는 두륜산에서도 볼 수 있다. 땅끝 마을의 일출, 죽도의 일몰도 멋진 지질명소의 하나이다.

이렇게 해남에는 다양한 지질시대의 암석과 화석, 다양한 지형을 볼 수 있는 지질 명소가 많이 있다. 국가지질공원으로 인증되려면 지질학적으로 세계적인 명소 1개, 국가적인 명소 5개를 포함해야 하는데, 이미 해남에는 높은 가치의 지질 명소가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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