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남희망21

대통령 선거가 지나간 뒤 군민들의 마음이 허허롭다. TV 뉴스도, 신문도 안 보고 살겠다는 마음이다. 주변 사람들의 태반이 그렇다.

4년 전 수천만 시민이 세상을 좀 바꿔보자고, 이대로는 못 살겠다고 발을 동동 구르며 촛불을 들고 날이면 날마다 나서지 않았던가. 추운 겨울을 그렇게 보냈는데, 두 번의 대선이 지나고 나서도 세상은 자꾸 뒷걸음치다니….

우리가 무엇을 잘못한 것인가. 대체 무얼 잘못한 것인가, 돌아보면 지나간 대선이나 총선에서 정치인들의 혁신을 위한 노력은 전혀 보이지 않았다.

목을 넘기기만 부드럽게 포장하고 매끄럽게 다듬은 공약이야 많았지만 혁신의 방향을 잡고 세우는 노력은 누구도 보여주지 않았다.

우리가 믿었던 정치인들은 사실 세상이 바뀌면 잃을 게 더 많은 기득권을 가진 이들이거나 옛 질서대로 가자는 수구 세력이다. 특히 지역을 살리려는 노력은 여야를 떠나 누구 하나 말도 하지 않는다. 나날이 말라가는 지역, 며칠 지나면 소멸한다는 겁나는 통계가 우리를 위협하는데 아무도 걱정하지 않고 별일 없다는 듯이 태평하다.

시간은 어김없이 흘러 지방선거가 코앞에 닥쳤다. 역시 똑같다. 지역은 더 심하다. 특정 당이 장악하고 있는 지역에선 공천부터 당선까지의 틀을 특정 당이 쥐고 논다. 일방적 공천에 대한 후보자들의 반발이 만만치 않지만 중요한 건 당이 지역을 살리려는 사람들을 위한 노력을 아예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지역 사람들은 바보 멍청이라서 오직 민주당만 바라보고 밀어줬던가?

험악한 군부독재를 끝장내고 세상다운 세상을 만들고자 노인, 환자까지 끌어모아서 표를 바치지 않았던가, 그 결과 몇 번 대통령이 바뀌고 국회의원 의석도 몰아줬지만 모든 지역선거는 민주당이 독식하고 지역은 하루가 다르게 메말라 가기만 했다.

지방자치, 지역선거에서 정당을 배제해야 한다는 고 노무현 대통령의 열망처럼 중앙의 입김을 막아야 하고 그러려면 당을 배제해야 한다. 그러나 입법권을 쥐고 있는 그들은 그걸 바꾸지 않는다. 절대로 바꾸려고 하지 않는다. 목마른 우리가 샘을 파는 수밖에 없다.

당을 배제한 지역민의 지방자치를 우리 손으로 세우는 수밖에 없다. 지방자치의 주인을 지역당이 아니라 지역민 중심으로 세워나가야 한다.

잠깐만 돌아보라. 당 옷을 입고 출마에 나선 이들은 기득권자이거나 그 대열에 편들어 선 자다. 지방선거에서는 당을 전면 배제하고 지역민을 지방자치 선거의 주인으로 세우자. 이것이 우리의 슬로건이다. 한술 밥에 배부를 수 없지만 늦었더라도 바꿔야 한다고 생각을 갖는 그 순간이 가장 빠른 때다. 정당을 배제하고 지역민을 중심으로 지방자치를 세우는 것, 이번 선거가 기회이다.

바람도 불고 있다. 자신감을 갖고 투표장으로 향하자.

우리가 움직이지 않으면 바뀔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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