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어촌행복시대>

 
 

"외식 진로·창업 버팀목 되겠다"

커피 관련 강좌·창업컨설팅
실패 없도록 하는 게 역할
군 단위 유일한 학원 운영

"외식계열의 진로 탐색이나 창업을 하려는 분에게 든든한 버팀목이 되고 싶어요. 궁금하거나 어려움이 생기면 언제든지 찾아오세요."

서울이 고향인 김지수(29) 씨는 해남에 정착한 지 3년째를 맞는다. 지난 2020년 2월 해남읍 버스터미널 인근 로타리빌딩 4층에 '해남커피바리스타학원'을 개원했다. 그는 바리스타 1, 2급 자격증 취득과정, 라떼 아트(커피에 우유 등으로 디자인하는 것), 핸드 드립(직접 커피를 내리는 것) 등 커피와 관련된 강좌와 창업컨설팅을 한다.

해남에 터를 잡은 데는 여러 이유가 있다. 광주에서 생활하던 중 해남공고에서 수업을 맡은 인연에다 언니가 해남으로 시집왔다. 이보다는 바리스타학원이 광주와 목포에만 있고, 무엇보다 해남은 살기 좋기 때문이다.

그는 바리스타 집안에서 자랐다. 부모가 카페를 운영하고 언니도 커피를 만드는 바리스타이다. 고교 2년이던 17살 때 바리스타 자격증을 딴 뒤 아버지를 따라 강사로 활동하고 서울, 충남 천안, 광주에서 카페도 운영했다. 자격증만 10개 가까이 된다. 바리스타 1, 2급과 라떼 아트, 핸드 드립, 와인 소믈리에, 조주기능사(칵테일), 제과기능사 등 열거하기도 어렵다.

지금은 학원을 운영하며 해남공고, 해남교육청, 영암교육청 등에서 강의도 한다. 해남에 넘쳐나는 커피 전문점을 보면서 항상 강조하는 말이 있다.

"다른 외식업과 달리 커피 전문점 창업은 이상하리만큼 쉽게 생각하고 있어요, 그건 5년 전 얘기이죠. 치열한 경쟁사회에서 무슨 원두, 커피를 어떻게 내리는 지도 모르고 창업하면 2년 이내 망할 수밖에 없어요. 손님이 재료, 무얼 파는지 물어보면 자신 있게 대답해야 하죠."

그러면서 창업 때에는 기초공부를 하고 대표 메뉴(시그니처)와 강점을 가져야 한다고 주문한다. 손님이 올 것이라는 막연한 생각을 가지면 위험하다는 것이다.

해남에 바리스타학원을 연 나름의 목표도 있다. 

"중고생에게 외식계열의 진로 선택에 도움을 주고 어른들에게도 실패가 없도록 하고 싶어요. 무작정 카페를 연 뒤 매출이 기대만큼 안 오른 데는 기초공부와 시장조사가 부족한 때문이죠. 이런 전철을 밟지 않도록 하는 게 제 역할이고, 청년창업 지원을 받았기 때문에 해남에 돌려주고 싶은 게 많아요."

그가 운영하는 학원에서는 그동안 200명 가까운 바리스타를 배출했다. 민간 자격증은 월드바리스타협회가 주관하고 학원이 곧 수험장이다. 두 달에 한 번꼴로 자격증 시험이 이뤄진다. 수강생이 도중에 포기하지 않는 한 7주 과정의 강의가 끝나더라도 책임을 진다. 합격률도 90%에 이른다.

수강생은 해남은 물론 강진, 장흥, 진도, 완도 등에서 찾아오고 10대에서 70대까지 연령층도 다양하다. 20, 30대는 취미로 하지만 40, 50대는 부업이나 은퇴 후 창업을 생각한다. 그래서 바리스타 자격증은 미래를 대비한 일종의 '보험'이다. 

해남에 정착하려는 젊은이에게 하고 싶은 말도 있다.

"많은 젊은이가 도시에 지치고 사람에 치인 상태에서 준비 없이 귀향이나 귀촌을 하고 경계심도 갖습니다. 경계심을 낮추고 사람들과 교류하며 함께 살아가겠다는 다짐을 먼저 해야 합니다. 해남도 더불어 살아가는 곳이기 때문입니다."

그는 서울에서 초중고와 대학(외식조리학과), 그리고 또 다른 대학(관광경영학과)에 편입하고 전남대 대학원(경영학)도 수료했다.

"해남은 사람들이 까다롭지 않고 포용력이 있어 좋아요. 다른 곳보다 청년들에게 다양한 지원도 하고 있고요. 다만 장애인들이 누구보다 열심히 하는 데 정작 배운 것을 쓸려고 하면 현실에 막히는 경우가 많아 아쉽다는 생각이 들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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