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싣는 순서>

① 해남 청년유출 심각… 청년정책은
② 청양은 처음이지… 청년마을 만들기
③ 청년이 손대니 지역특산물이 달라졌다
④ 귀농 후배들 이끌어 주는 귀농 선배들
⑤ 도시청년 정착 돕는 강화유니버스

▲ 빈상가를 리모델링해 운영 중인 게스트하우스.
▲ 빈상가를 리모델링해 운영 중인 게스트하우스.
▲ 청년들의 핵심 공간이 될 한산 디지털 노마드 센터.
▲ 청년들의 핵심 공간이 될 한산 디지털 노마드 센터.
▲ 자이엔트 사무실로 사용 중인 한산한 오늘.
▲ 자이엔트 사무실로 사용 중인 한산한 오늘.
▲ 여관을 리모델링한 '커뮤니티호텔 H' 내부 모습.
▲ 여관을 리모델링한 '커뮤니티호텔 H' 내부 모습.
▲ 청년들이 리브랜딩한 한산 소곡주.
▲ 청년들이 리브랜딩한 한산 소곡주.

청년마을 만들기 시작 '삶기술학교'

충남 서천군은 지난 1990년만 하더라도 인구수가 10만533명에 달했지만 현재(2021년 말 기준) 5만2015명으로 30여 년 만에 절반 가까이 줄었다. 한산면도 예전에는 소곡주와 한산모시가 유명해 5일장이 서는 날이면 외지에서 찾아온 상인들로 북적했지만 인구 감소와 고령화로 문을 닫은 상가를 쉽게 찾아볼 수 있을 정도로 한산해졌다.

이런 한산면에 청년들이 모여들면서 오랫동안 비어있던 여관이 마을호텔인 '커뮤니티호텔 H'로 새롭게 태어났을 뿐만 아니라 인쇄소가 사진관으로, 창고가 동물보호카페로, 상가가 게스트하우스로 탈바꿈했다. 또한 한산면 유림회관 옆으로는 노트북 한 대만 있다면 어디서든 일하고 놀 수 있는 청년들의 공유 오피스인 '디지털 노마드 센터'가 들어서고 있다.

인구가 2800여 명까지 떨어져 지역소멸을 걱정하던 한산면에 연고가 없던 사회적기업 자이엔트가 들어오면서 변화가 시작된 것이다.

자이엔트는 2019년 행정안전부 공모사업으로 시작된 청년들의 시골정착 프로젝트인 '삶기술학교'를 올해로 4년째 운영하고 있으며, 한산면의 특산물인 소곡주를 리브랜딩한 '일오백 프로젝트'로 지역주민들의 소득증대에도 도움을 주고 있다.

삶기술학교에서 삶코치장을 맡고 있는 김혜진 씨는 "자이엔트는 지역산업에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고 농촌 콘텐츠가 지속될 수 있도록 돕는 사회적기업이다"며 "2017년 열린 한산모시문화축제를 준비하는데 자이엔트가 청년기획단을 맡으며 인연을 맺게 됐고 현재는 한산면에서 대안적 삶을 추구하며 나만의 삶기술로 더불어 사는, 대한민국 대표 디지털 노마드 타운을 조성해 지역재생 모델을 만들고 있다"고 말했다. 디지털 노마드란 노트북이나 스마트폰 등 디지털 기기를 이용해 공간의 제약을 받지 않고 재택·이동 근무를 하면서 자유롭게 생활하는 사람을 뜻한다.

자이엔트는 이전에는 충남 천안에서 수신멜론을 재배하는 농가에 '농부오빠'라는 캐릭터와 '청춘멜론'이란 브랜드를 만드는 등 농산물을 새롭게 브랜딩해주는 마케팅이나 천안시에 독립기념관과 유관순 열사의 유적이 있는 점을 활용해 '천안 독립문화가 있는 날'을 기획·홍보하는 등의 역할을 해왔다. 당시만 하더라도 그 지역을 방문해 며칠 동안 체류하며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방식이었지만 한산모시문화축제와의 인연과 서천군의 빈집재생 프로젝트 등과 연계돼 현재는 김정혁 대표를 비롯해 6명의 청년이 서천에 뿌리를 내리게 됐다.

행정안전부가 지원하는 청년마을 만들기 사업은 자이엔트가 운영 중인 '삶기술학교'의 성과가 있어 가능했다고 한다.

도시생활 지친 청년에 대안 삶 제시

삶기술학교는 도시 생활에 지친 청년들이 시골마을인 한산면에서 대안적 삶을 추구하며 나만의 삶기술로 더불어 살아가는 자립공동체로, 도시의 삶기술과 마을의 삶기술을 교환하며 삶기술 프로젝트 실험을 통해 청년들이 자기실현을 이룰 수 있도록 성장을 지원하는 시스템이다. 자이엔트가 기획해 지난 2019년 행안부 공모사업에 선정됐으며 지난 2020년과 2021년에는 충청남도와 서천군이 사업을 이어받아 3년 동안 국비 9억 원, 도비 3억 원, 군비 2억 원 등 14억 원이 지원됐다.

삶기술학교에서는 팀원들과 대화를 통해 공동체 정신과 소속감을 다지고 서천과 한산을 여행하면서 생각을 비우는 '삶비움 워크숍', 소곡주와 모시, 대장간, 함석 등 한산지역의 장인에게 전통기술을 배우는 '창작 D.I.Y', 삶에 필요한 기존 의식주를 배우는 '짓기 D.I.Y' 등이 진행된다. 지역과 함께하기 위해 서천 소재 학교에 방과후 교육으로 자신의 삶기술을 나누고 주민과 함께 지역의 안전문제를 이야기하는 '삶채움 워크숍'을 비롯해 자신의 프로젝트를 그려보고 발전시키는 상상 워크숍, 프로젝트를 구체화하는 실무 워크숍, 실제로 삶 기술을 사업화하는 액팅 등 '삶기술 프로젝트'도 진행된다.

리브랜딩 소곡주 온라인서 1억 매출

지난해까지는 한달살기에 120만원 상당의 기숙사비, 수업료, 삶키트(노트북, 자전거, 공유차량) 사용료 등을 정부와 자치단체로부터 지원받았지만 올해부터는 자립을 위해 참가자가 부담하게 된다. 단 삶기술 프로젝트 실험비나 졸업생들이 마을에 남아 정착할 수 있도록 충청남도와 서천군의 청년정책과 연계해 주거, 일자리, 창업 등은 지원될 예정이다.

지역이 캠퍼스인 삶기술학교에는 3년간 700여 명이 신청해 200여 명이 이수했으며 63명이 창업하거나 일자리를 구해 정착했다. 이 중 20명은 주소지를 서천군으로 옮겼다고 한다.

자이엔트는 한산면의 특산물인 소곡주를 리브랜딩한 '일오백 프로젝트'를 더욱 확대해 나갈 계획이다. 서천군은 소곡주의 원료가 되는 쌀농사를 많이 짓고 있으며 한산면의 경우 소곡주 양조장만 69곳, 가내수공업으로 만드는 곳까지 하면 300여 곳에 달해 소곡주 판매에 따라 지역경제가 큰 영향을 받고 있다고 한다.

하지만 코로나19 사태로 소곡주 판매량이 급격히 줄었다.

자이엔트는 코로나로 인해 소곡주 농가에 쌓인 재고 해결을 위해 청년들이 온라인 판매에 나서는 일명 '한산 일오백 프로젝트 소곡주 사가자'를 진행했다. 약 70개 양조장별로 20개씩 1.8리터짜리 1500개의 소곡주를 판매한다는 목표를 세웠으며 40~50대 위주의 소비층을 20~30대까지 확대코자 포장도 리브랜딩했다. 홈페이지도 만들고 SNS, 라이브커머스 방송 등을 통해 홍보에 나서 지난해 5월 '일오백 브랜드' 론칭 이후 온라인으로만 1억여 원의 매출을 올렸다. 여기에 힘입어 올해는 투자유치를 받고 소곡주 명인과 협업으로 농업법인회사를 설립,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세계시장에 진출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청년 모이는 디지털 노마드 공간

자이엔트는 한산면을 노트북 한 대만 있으며 어디서든 일하고 놀 수 있는 디지털 노마드 공간으로, 도시 직장인들이 워케이션(일과 휴가의 합성어)하며 독립적으로 작업하는 사람들이 모여 협업하는 마을형 코워킹 스페이스로 준비하고 있다.

이를 위해 입주형 공유 오피스, 화상회의 시스템이 장착된 공유 회의실, 50명이 동시에 사용할 수 있는 코워킹 스페이스, 최신 IT기기 등을 갖춘 노마트 센터가 올해 준공을 앞두고 있다. 또한 한산면 전역에 5G를 깔고 대중교통이 열악한 한계를 극복코자 공유차량과 공유자전거도 배치할 계획이다.

 

|인터뷰| '삶기술학교' 김혜진 삶코치장

"주민들의 청년 수용 여부가 중요하다"

 
 

- 삶기술학교 모델이 다른 지역에서도 가능할지.

"삶기술학교가 성과를 보이자 서천군에서 제안해 2020년에는 다른 지역에도 프로그램을 넣을 수 있을지 실제 용역을 진행했었다. 대상 지역은 서천군 판교면으로 판교캠퍼스란 이름으로 진행했지만 결과적으로 실패했다. 처음 한산면에서 사업을 시작할 때는 한산모시축제 등을 통해 주민들과 안면이 생겼고 주민들이 열린 마음으로 외지 청년들을 받아들여 정착이 수월했지만 판교면에서는 빈 상가도 임대해주지 않는 등 주민들의 호응이 없었다. 좋은 정책이나 프로그램도 그 지역의 상황과 주민들의 반응에 따라 성과가 달라질 수 있다." 

- 자치단체와 협업하면서 어려웠던 점은.

"행정절차에 시간이 오래 소요되는 점이다. 속도감 있게 일을 추진하고자 하지만 관련 절차를 밟는데 시간이 생각보다 오래 걸렸다. 현장은 시시각각 변하는 만큼 행정의 변화가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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