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남 농가에 5월부터 86명 배치
51명 잠적·8명 귀국… 27명만 남아
영농 차질 등 피해 속출 보완 시급
연내 농가·김 공장에 180여명 추가

농촌의 극심한 인력난 해소를 위해 올해 상반기 해남에 투입된 외국인 계절근로자 10명 중 7명꼴로 무단잠적이나 자진 귀국 등으로 농가를 떠난 것으로 나타났다. 이로 인한 영농 차질 등 농가들의 피해가 속출하면서 제도개선과 인력관리 강화 등 대책 마련이 시급한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해남군에 따르면 필리핀 2개 도시(산타로사, 코르도바)에서 모집한 근로자 86명이 지난 5월 이후 5차에 걸쳐 순차적으로 농가에 배치돼 고추 수확 등에 투입됐다. 이들 외국인 근로자는 5개월 단기 비자로 입국했다.

하지만 이 가운데 51명은 무단이탈해 종적도 없이 사라졌고, 8명은 가정사 등 개인적인 사유로 자진 귀국했다. 올 상반기 농가에 투입된 전체 외국인 계절근로자 86명의 68.6%(59명)가 이탈한 것이다. 현재 27명만이 근로계약을 지키며 농촌 현장에서 일을 하고 있는 실정이다.

무단이탈자가 발생할 경우 해당 농가는 지자체에 3일 이내에 신고하고, 지자체는 15일 이내 법무부 출입국관리사무소에 통보하도록 되어 있다. 출입국관리사무소는 무단이탈자의 소재를 파악해 강제 출국하도록 하고 있으나, 불법체류 신분을 감수하고 잠적한 근로자를 찾아내기란 쉽지 않는 상황이다.

이번에 잠적한 외국인 근로자는 지난 2019년 해남군과 업무협약(MOU)을 체결한 산타로사에서 모집·선발해 입국한 것으로 드러나 허술한 업무협약이나 브로커 개입 등이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반면 올해 3월 MOU 체결을 통해 코르도바에서 들어온 20명은 모두 배치된 농가에 남아있어 대조를 보이고 있다.

군 관계자는 "무단이탈자의 일부는 한 달 급여를 받기도 전에 잠적해 입국 당시부터 계획적으로 이뤄진 것으로 보인다"며 "필리핀 현지의 모집단계에 문제가 있는 것으로 추정돼 산타로사의 근로자 유입은 배제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협약을 맺은 필리핀 지방정부는 근로자 모집에 관여하지 않고 현지 모집책이 주도한 것으로 알고 있어 해당 지방정부에 책임을 묻기도 어렵다"고 덧붙였다.

외국인 근로자의 무단이탈은 해남뿐 아니라 전국 대부분 지자체에서 나타나는 공통적인 현상이어서 구조적인 문제를 안고 있다는 지적이다. 현지 모집책과 한국인 브로커가 수수료를 챙기고 외국인 근로자의 항공료, 비자 신청 등 비용을 빌려준 뒤 급여에서 고정적으로 떼가고 있다는 것이다.

필리핀 근로자를 고용한 해남의 한 농가는 "외국인 근로자는 통장을 한국인 중간책에 맡겨 현지 가족에게 송금하도록 하고 자신은 카드만 갖고 있다는 얘기를 들었다. 농가에서 통장에 매달 급여를 입금하지만 정작 본인은 잔고 확인도 못해 불안감을 많이 갖는다"면서 "이 때문에 무단이탈하면 불법 체류자로 전락한다는 것을 알면서도 출국할 때 돈을 직접 갖고 나가려는 속셈이 깔려있다"고 말했다.

농촌 인력난 해소를 위한 외국인 계절근로자가 대거 무단이탈하면서 이들을 고용한 농가에서는 영농에 차질을 빚는 등 피해가 속출하고 있다. 이에 인력관리의 제도개선 등 대책 마련이 요구되고 있다.

해남군 관계자는 "필리핀 지방정부와 협약을 통해 계절근로자가 입국하기 전 보증금을 예치해 한 명의 무단이탈자가 발생하면 귀속하도록 하고 있으나 실효성이 떨어진다"면서 "앞으로 현지 지방정부와 협약을 통해 이행보증을 높이고 내년에 인력관리센터가 생기면 외국인 근로자에 대한 관리도 강화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어 "법무부도 외국인 근로자의 무단이탈이 늘어나자 지자체와 권역별 간담회 등을 통해 대책을 강구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해남군은 지난달 필리핀 투델라, 알칸타라와 계절근로자 파견을 위한 서면협약을 맺었으며, 앞으로 필리핀 두 개 도시를 방문해 대면 협약체결도 추진하고 있다.

한편 해남에는 오는 10월께 올해 법무부에서 배정된 134명의 계절근로자 가운데 나머지 40여 명이 추가로 농가에 배치되고, 30여 개 김 가공공장에도 140여 명의 필리핀 근로자가 투입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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