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인문해 시화전서 해남 유일 '글봄상' 수상
한글 배우는 재미 표현한 '재미진 봄' 출품
내년엔 해남에 초·중등 학력인정 신설 예정

 
 

평생 송지를 터전으로 살아온 최성임(79) 어르신은 해남군의 꿈보배학교를 통해 까막눈의 긴 어둠의 터널에서 벗어났다. 그리고 지난달 말 입상자를 발표한 '2022년 전국 성인문해교육 시화전 공모'(교육부·국가평생교육진흥원 주최)에서 글봄상(국가평생교육진흥원장상)을 받았다.

"글도 모르고 숫자도 몰라 며느리 보기가 부끄러운 갑갑한 세월을 보냈는디, 이젠 천하가 내 것인 양 부러울 게 없어라."

최 어르신이 시화전 공모에 내놓은 작품은 '재미진 봄'. 한글을 읽고 쓰게 되면서 마음에서 우러나오는 배움의 재미를 그대로 표현했다.

'봄이 와도 오는지 모르고 살았는디/선생님한테 봄을 배운 후로는/봄이 봄인지 알았소/땅끝 가는 금강길 42 우리 집 주소/서울, 인천, 광주, 순천 가는 버스/온갖 글자들이 내 눈에 들어오요/암만 봐도 모르고 살았는디/글자가 보이니 사는 맛이 나고/천하에 부러울 것이 없소/목 빼어 공부할 시간만 기다리다/꽃도 그리고 일기 쓰는 꿈도 꾸는/올 봄은 참으로 재미지요'

이번 성인문해교육 공모는 '문해, 지금 나는 봄이다' 주제로 전국에서 1만4260명(시화 9334명, 엽서쓰기 4926명)이 참여해 154명(시화 105명, 엽서쓰기 49명)이 수상자로 선정됐다. 전남에서 6명이 입상자에 이름을 올렸으며, 해남에서는 최 어르신이 유일하다.

이번 수상작은 다음 달 1일부터 국가문해교육센터 홈페이지 '온라인 시화전' 전시관에 전시된다.

최 어르신은 1943년 학가리에서 태어나 스물두 살에 지금의 금강리로 시집와 줄곧 송지에서 살았다. 얼마 전 자녀들과 함께 팔순기념 여행도 다녀왔다. 2남 2녀의 자녀를 키우고 바쁜 살림살이에 배움의 기회나 시간이 없었으나 꿈보배학교 프로그램이 개설된 지난 2018년 처음으로 배움의 길을 걷게 됐다. 코로나19로 중단되기도 했으나 올해로 5년 째에 접어들었다. '가정방문형'으로 매주 두 차례 선생님이 찾아와 2시간씩 한글과 수학(산수)을 가르친다.

"한글을 완전히 터득하진 못했으나 이젠 일기도 쓰고 버스 타고 해남읍에 나가도 갑갑하지 않아 그렇게 좋을 수가 없지. 이런 배움의 기회를 준 해남군과 선생님에게 감사할 뿐이여. 앞으로도 계속 공부하고 싶지라."

최 어르신처럼 꿈보배학교를 통해 119명이 배움의 길을 걷고 있다. 첫해인 2018년 30명으로 시작했으나 학습자가 매년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꿈을 보며 배우는 학교'라는 뜻으로 지어진 꿈보배학교는 지난 3월부터 오는 12월 18일까지 이어지며, 현재 12개 읍면에 47개 교실이 운영되고 있다. 다음 달부터 4명의 늦깎이 학생도 새로 참여한다.

교사가 자택을 찾아가는 가정방문형이나 마을회관 등을 이용한 집합교육, 평생학습관 교육 등의 형태로 이뤄진다. 이 프로그램은 한평생 배우지 못한 어르신에게 배움에 대한 목마름을 해소하는 기회로 자리 잡고 있다.

해남군 평생교육팀 정현아 주무관은 "이달까지 꿈보배학교 학습을 신청하면 다음 달부터 수업을 받을 수 있도록 안내하고 있다"면서 "내년에는 초·중등의 학력인정과정도 신설할 계획이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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