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3월 8일 치러지는 제3회 전국동시조합장 선거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조합원을 위한 일꾼을 뽑는 이번 기회에 협동조합의 제대로 된 개혁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5회에 걸쳐 협동조합에서 불거졌던 여러 문제점을 진단하고 협동조합의 올바른 개혁 방향을 제시하고자 한다.

① 선거판 흔드는 무자격조합원
② 깨끗한 선거 원년의 과제
③ 위탁선거법 개정이 시대적 소명
④ '빈 수레' 경제사업 조합원 우선돼야
⑤ 지역조합 품앗이 채용 문제

▲ 한 직원 조합원이 농사를 짓고 있다고 밝힌 곳. 산속에 있고 길도 없는 상황이다.
▲ 한 직원 조합원이 농사를 짓고 있다고 밝힌 곳. 산속에 있고 길도 없는 상황이다.
▲ 또 다른 직원조합원이 밝힌 농지. 원 안의 밭은 농사를 지은 흔적이 없다.
▲ 또 다른 직원조합원이 밝힌 농지. 원 안의 밭은 농사를 지은 흔적이 없다.
 
 

무자격조합원 해결의 중요성

농업협동조합은 농민을 지원하기 위해 조직된 조합으로 조합원의 경제적, 사회적 지위 향상을 목적으로 한다. 조합원이 되면 출자배당이나 이용고 배당, 선진지 견학과 교육, 대출금리 우대, 자녀 장학금 지원, 건강검진, 각종 조합사업 참여와 이용 혜택 등이 주어진다. 무엇보다 농협법 제26조에 따르면 조합장 선거는 해당 조합의 조합원만 선거권을 갖도록 하고 있다. 조합원은 농민조합원의 대표인 조합장을 뽑는 유권자 역할도 하게 되는 것이다.

농협법에는 농협이 관할하는 구역에 주소나 거소 또는 사업장이 있는 농업인과 영농조합법인, 농업회사법인에게 조합원 자격을 주도록 하고 있다. 또 농업인의 조건으로는 1000㎡ 이상의 농지를 경영하거나 경작하는 자, 1년 중 90일 이상 농업에 종사하는 자, 660㎡ 이상의 농지에서 채소·과수 또는 화훼를 재배하는 자 등으로 규정하고 있다.

해당 농협들은 1년마다 조합원 실태조사에 나서고 있다. 고령 조합원이 늘면서 사망이나 이사, 양도 같은 상황은 어쩔 수 없는 측면이 있지만 문제는 농지원부, 농업경영체등록확인서, 농지 임대차계약서 같은 서류만 갖춰놓은 가짜 조합원이다.

무자격조합원은 진짜 조합원의 권리를 침해하고 이익을 가로채 농업인을 위한 농협의 존재 이유를 부정한다. 또 당선 무효 소송 등 농협 내 갈등과 분쟁을 불러오기 때문에 반드시 정리돼야 한다. 최근에는 일부 농협에서 무자격 직원 조합원 문제가 불거지며 논란이 커지고 있다.

해남에서는 해남진도축협의 경우 지난 2015년 1회 전국동시선거에서 무자격조합원 24명이 선거인으로 등재돼 선거에 중대한 하자가 있었다며 소송이 진행돼 조합장 당선이 무효가 되고 2016년 11월 재선거가 치러지기도 했다.

11개 농협서만 1000여 명 정리

그럼 해남에서는 무자격조합원 정리가 잘 이뤄지고 있는가? 본지가 직접 11개 농협을 대상으로 확인한 결과 3월 8일 선거를 앞두고 지난 한해 동안 1000여 명이 정리된 것으로 나타났다.

3연임 제한으로 현 조합장이 출마하지 않는 계곡농협의 경우 184명을 정리해 눈길을 끌었다. 사망이 27명, 이사나 양도 등이 5명, 서류를 갖추지 않았거나 실제 농사를 짓지 않는 자격상실이 152명에 달했다.

계곡농협 이상근 상무는 "조합원이 많아야 조합을 운영하기 좋지만, 현직이 없는 무주공산에서 선거가 치러지며 과열 양상이 예상됨에 따라 어느 해보다 더 꼼꼼하게 실태조사에 나서 오해의 소지가 없도록 정리에 나섰다"고 말했다.

문내농협은 지난해 43명을 정리했고 이달 초에도 한 번 더 정리를 실시해 모두 89명을 탈퇴시켰다. 이 가운데 직원 조합원 7명도 정리했다.

산이농협은 관련 서류를 받는 것은 물론 직원들이 현장에 직접 나가 실태조사를 벌이고 영농회장(이장)과 마을 주민들의 확인 서명까지 받아 무자격조합원을 탈퇴시켰다.

무자격 직원 조합원 갈등 확산

다른 농협들은 무자격조합원 문제와 관련해 민원이나 문제 제기가 발생하지 않고 있는 반면 화원농협의 경우 무자격조합원 문제로 농협 내 갈등이 확산되고 있다.

화원농협은 전체 직원 가운데 60%인 30명(조합장 포함)이 직원 조합원으로 가입돼 있다.

11개 농협 중 직원 조합원 비중이 가장 높았다. 이어 산이 59%, 문내 40% 순이고 다른 농협들은 10~30%대를 보이고 있다.

화원농협의 경우 직원 조합원 비중이 가장 높은 가운데 이들 중에 무자격조합원이 있다는 것으로, 30명 중 20여 명은 서류로만 존재하고 실제 농사를 짓지 않고 있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는 상황이다.

이 문제는 지난해 6월부터 불거져 이사회에서 이사들이 정식 감사를 요청했는데 엉뚱하게도 감사 과정에서 개인정보가 유출됐다며 직원들이 문제 삼으며 무자격 직원 조합원 문제는 뒷전이 돼버렸다. 직원들이 문제를 제기하며 대의원 총회에서 감사를 진행한 A 감사에 대한 해임안을 추진됐다가 부결되기도 했다.

이 같은 의혹에 대해 현장 확인을 해본 결과 직원 B 씨는 현 조합장의 농지를 임차해 농사를 짓고 있다며 조합원으로 가입돼 있었는데 해당 농지는 길도 없는 산속에 억새와 잡초만 무성해 실제 농사를 짓고 있었는지 의문이 들었다.

직원 C 씨는 영농계획서상 두 곳에서 농사를 짓는다고 알려졌지만 한 곳은 친구가 소유하고 있는 곳을 임차한 것으로 실제 농사 여부가 불분명하고, 다른 한 곳은 채소가 심어져 있지만 경지면적이 조합원 가입 면적 이하로 보여 역시 확인이 필요한 대목이다.

직원 D 씨가 밝힌 농지의 경우 현장 확인 결과 묵정밭, 말 그대로 오래 내버려 둬 농사 흔적도 없는 밭인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해 12월에는 한 주민이 국민권익위원회 국민신문고를 통해 농사를 짓지 않는 무자격조합원을 조사해 달라며 민원을 제기하기도 했다. 어떤 이유에서인지 바로 취하했지만 화원농협 측이 특정 세력이 확인되지 않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며 이를 조합원들에게 우편으로 배부하며 오히려 논란을 키우고 있다. 문서에는 53명의 무자격조합원이 있다는 내용이었다.

문서에 따르면 화원농협 직원은 물론 식당이나 농약사 등 다른 생업을 하는 사람, 광주나 목포에 거주하고 있는 사람, 심지어 사기 문제로 도주해 행방을 알 수 없는 사람까지 그대로 조합원에 가입돼 있다.

의혹 해소를 위한 대안 시급

화원농협의 경우 지난 한 해 동안 무자격조합원 85명에 대해 정리를 했고 현재도 계속 정리 중이라고 밝히고 있다. 그렇지만 무자격 직원조합원 등 새로 불거진 의혹에 대해서는 적절한 대처에 나서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의혹이 제기되고 있는 상황에서 방법은 의외로 간단하다. 의혹 당사자인 무자격 직원 조합원 등이 실제 농사를 짓고 있다는 구체적인 검증자료를 내놓거나 현장 실태조사를 하면 된다.

화원농협 김영귀 이사는 "집행부와 문제를 제기한 측이 5대 5대로 TF를 구성해 직접 현장 실태조사에 나서자고 했지만 이에 대한 답변이 없다"고 말했다. 또 "무자격 의혹을 받는 직원 조합원의 경우 그동안 농산물 판매실적과 농자재 구매실적을 제출하면 될 텐데 아직도 해당 서류를 낸 직원이 일부에 그치고 있다"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해당 조합장은 최근 조합원들에게 보낸 우편을 통해 "일부 몰지각한 세력들이 가짜 조합원 운운하며 민원 제기와 함께 언론 제보를 통해 농협 위상을 추락시켰고 각종 사업추진에도 어려움을 초래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아직까지 그동안 제기된 무자격 직원조합원 등 문제를 어떻게 할 것인지 구체적인 내용이 나오지 않고 있다.

의혹을 제기한 사람들을 몰지각한 세력으로만 내몰고 정작 의혹에 대해 철저하게 조사하고 결과를 내놓아야 할 의무는 저버리고 있는 셈이어서 선거 전에 논란의 소지를 없애는 특단의 조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커지고 있다.

 

 
 

허헌중 집행위원장(좋은농협만들기 국민운동본부)

무자격조합원에 대한 매년 철저한 전면 실태조사와 정리, 엄격한 조합원 자격심사 진행은 농협 임직원의 기본 책무이다. 조합원의 것을 '진짜 조합원'에게, 농업인의 몫을 '진짜 농업인'에게 돌리는 것이야말로 이른바 공정과 정의이다. 또 우리 농협이 그 사업수행 시 조합원을 위하여 최대한 봉사(농협법 제5조)해야 하는 원칙을 지키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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