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합 발전 위해 모두가 뭉치고 악화일로 바다 환경 헤쳐가야"

김성주(64) 해남군수협 조합장이 오는 20일 퇴임한다. 2010년 3월부터 13년간 군수협을 이끌면서 '경제사업과 상호금융사업의 동반성장'을 기치로 일등수협 만들기와 어민소득 증대에 주력했다. 그에게는 '전국 최초'라는 수식어가 붙는다. 전복 군납사업, 수산양식장비 임대사업 등이 그의 구상에서 나왔다. 
'김 박사'로도 통한다. 전남대 대학원에서 이학박사 학위논문이 '해남지역의 김 양식 실태 및 발전 방향에 관한 연구'이다. 해남의 김 양식 현황 및 물김 위판 일일자료와 수온, 기온, 강우량, 일조량 간의 상관관계를 연구하고 김 양식 어민의 소득증대를 이끌었다. 
군수협 이사(2001-2009년)와 해남군수산업경영인연합회장(2004-2005년), 전남수협조합장협의회장(2016-2017년), 수협중앙회 비상임 이사(2021-2023년) 등을 역임했다. 수상 경력도 두드러진다. 국무총리 표창(2003년), '수산 신지식인' 선정(2007년), 농림수산식품부장관상(2008년), '올해의 신한국인 대상'(2012년), '대한민국 혁신인물 대상'(2016년), '글로벌 신한국인 대상'(2017년), 은탑산업훈장(2022년) 등을 받았다.
임기 만료를 앞두고 여러 수산단체와 간담회를 비롯해 수협중앙회 경제대표 추천위원과 비상임 이사로서 마지막 일정을 소화했다. 16~18대 조합장의 소임을 마치고 떠나는 김 조합장을 만나 해남 수산업과 수협이 나아가야 할 방향 등을 들어봤다.

13년 이끌면서 '전국 최초' 수식어
210억대 부실조합 9년 만에 정상화
구조조정 불가피 평생 짊어질 멍에
양식장비임대·전복 군납 처음 시행 

조합 살아나니 파벌에 사업 발목 
금융 수익 내 경제사업 뒷받침 해야
수도권 제3 점포 개설 못해 아쉬워
김 육상채묘 전념·봉사기회 찾을 터

 

-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2010년 3월 말 취임 당시 해남군수협의 누적적자가 210억 원에 달해 파산이냐, 진도군수협으로 흡수합병이냐의 갈림길에 섰다. 전국 92개 수협 가운데 대형 건물을 짓느라 파산 직전에 몰린 부산수협에 이어 두 번째로 결손 규모가 많은 부실 덩어리였다. 조합장으로 취임하면서 맡겨진 소임은 하루빨리 정상화의 길로 들어서는 것이었다. 여러 신규사업을 벌여 9년 만인 2018년 결손을 완전히 정리하고 1억 원을 조합원에게 최초로 배당했다. 첫 해 5억 원의 흑자를 시작으로 최고 55억 원의 당기순이익을 거두면서 전국 수협에서 최상위 반열에 올랐다."

- 수협 정상화 과정에서 아픔도 많았을 텐데.

"얻는 것이 있으면 잃은 것이 있기 마련이다. 개인적으로 가까운 직원부터 내보내는 읍참마속의 심정으로 강도 높은 인력 구조조정을 했다. 평생 안고 가야 할 멍에이다. 자신의 뜻과 다르게 떠난 직원에게 미안하고 내게는 큰 아픔으로 남아있다."

- 취임 초기 직원들의 사기가 땅에 떨어졌을 텐데.

"당시 해남군수협은 최악의 수협이었고 결연을 맺고 있는 진해수협은 최고의 수협이었다. 직원들과 함께 행사에 참석하기 위해 진해수협을 방문했는데 조합장인 내가 무대에 오르자 우리 직원 일부는 멍하니 바라보거나 나가버렸다. 조직이 정말 큰 일이다 싶었다. 돌아와서 1박 2일 일정의 임직원 워크숍을 장흥 청소년수련관에서 가졌다. 직원들이 함께 어울리고 단합과 화합이 무엇인지 체득하게 했다. 워크숍을 통해 분위기가 많이 달라졌고 지금도 매년 갖고 있다."

- 전국 최초로 펼친 사업이 많은데.

"양식장비 임대는 영세 어업인에게 관리선, 어업청소용 고압세척기 등을 저렴하게 임대해 안정적인 어업을 하도록 지원하는 사업이다. 영세 어업인이 척당 1억~2억원에 이르는 관리선을 구입하기에는 큰 부담이다. 다른 수협도 도입하고자 했으나 이익이 되지 않는다며 포기했다. 전복 군납은 안정적인 판로 개척을 위해 시작했다. 지역에서 생산된 전복을 시중 유통업자보다 ㎏당 2000원(톤당 200만원) 높게 수매해 수의계약을 통해 납품했다. 수매사업을 담당한 임원이 특혜를 주는 사건이 벌어져 문제가 되고 홍역을 치러야 했다. 이런저런 이유로 매년 100억~120억 원에 달하던 전복 군납규모가 지금은 20억~30억 원으로 줄었다. 전복 양식어민들의 소득을 높이기 위해 100억 원 정도로 군납 규모를 늘려야 한다. 김 육상채묘 공급, 물김 위판장 전자경매 시스템 구축 등도 어업인의 소득증대에 나름대로 기여했다고 본다."

- 아쉬웠던 부분도 있을텐데.

"파산 위기의 수협을 살려보자는 일념으로 달려왔다. 정작 조합이 정상화되자 원활한 운영에 애로가 닥쳤다. 여러 사업을 저돌적으로 추진했으나 일부의 사업은 반대에 부딪혀 할 일을 하지 못했다. 파벌이 생기고 각자의 주장이 세졌기 때문이다. 발목이 잡히다 보니 기틀을 제대로 다지지 못한 것 같아 아쉬움으로 남는다."

- 어떤 사업에서 발목이 잡혔는가.

"'경제사업과 상호금융사업의 동반성장'을 기치로 내세웠다. 지금은 경제사업 부문에서 큰 수익을 내기는 어렵다. 갈수록 어업환경이 나빠지고 있다. 그래서 금융사업에서 수익을 내고 이를 어민에게 지원해야 한다. 이의 일환으로 서울에 수도권 제3 점포를 개설하려고 했으나 이사회나 대의원의 반대로 실현하지 못했다. 수협중앙회마저 수도권 2개 지점(경기 군포, 동탄센트럴지점)은 서둘러 개설하면서 서울 점포망은 왜 제대로 추진되지 않느냐며 지적하기도 했다. 수도권 제3 지점을 구축해 성실하게 운영하면 4년 이내에 100억 원대의 수익은 어렵지 않게 낼 수 있다. 이를 경제사업에 투입하고 조합원에게 배당도 해야 한다."

- 수산식품산업 거점단지가 지난해 6월 준공식을 가졌는데.

"거점단지는 김과 전복 등 해남의 수산물을 저장, 가공, 유통, 수출하는 수산물 유통 전진기지로 만들자는 것이다. 제대로 운영되면 수산물의 환원 수매와 고부가가치화로 어민들의 소득증대와 지역경제 활성화에 크게 기여한다. 하지만 저온저장고를 빼면 가공시설은 아직도 가동하지 못하고 있다. 당초 자회사를 만들어 마케팅 전문가에게 운영을 맡기고 수협은 철저한 관리감독을 하려고 했다. 이런 계획이 이사회의 반대로 무산됐다. 수협 직원은 마케팅 전문가가 아니다. 치열한 유통시장에서 직영은 위험성이 높고 효율적인 운영을 기대하기 어렵다. 이런 생각은 지금도 변함이 없다."

- 수산소득 1조 원 시대를 주창했는데.

"해남의 연간 수산소득은 6000억 원 정도로 추산된다. 1조 원 시대를 열기 위해서는 해남산 김을 제대로 판매하는 게 중요하다. 그래서 마른김 유통센터(거래소) 설립을 위해 10여 년 전부터 사업계획서를 들고 해남군, 전남도, 해양수산부 등을 찾아다녔다. 하지만 성과가 없었다. 해남군은 수협이 자체적으로 추진했으면 좋겠다고 했지만 현실적으로 어렵다. 부지 매입만 수십 억원에다 300억~500억원의 예산이 수반되기 때문이다. 이런 유사한 시설이 전남에는 해남과 목포, 고흥에 들어서야 하는데 이젠 해남만 없게 됐다. 목포는 1150억 원의 사업비를 들여 대양산단에 마른김 거래소 등이 들어서는 수산식품 수출단지를 2025년까지 조성할 계획이다. 고흥은 도매상이 해오던 마른김 위판을 직접 하기 위해 마른김 위판장을 지난달 준공했다. 해남, 완도, 진도의 김 생산이 전국의 45%를 차지하고 있는데 이의 중심축인 해남에 유통시설이 없으면 안 된다. 유통센터가 들어서면 마른 김 유통뿐 아니라 기자재센터와 함께 마른김 클러스터로 자리 잡고 일자리도 창출되는 등 명실공히 소득 1조 원 시대에 접어들게 된다. 마른김 유통센터가 하루빨리 해남에 들어서야 한다는 생각이다."

- 만호(마로)해역 김 양식장 어업권 해결은.

"대법원에서 패소하고 헌법재판소의 권한쟁의심판청구도 기각되면서 어려워졌다. 당장 오는 5월이면 김 양식시설을 철거해야 하고, 그렇지 않으면 진도에서 손해배상 청구에 나설 수 있다. 진도에는 사실상 없어도 되는 기업형이고 해남은 생계형이어서 결코 내어줄 수 없는 양식장이다. 현재 전남도에서 중재안으로 진도 측의 2억 원 이상 변호사 비용을 해남이 부담하고 10억 원 정도의 물품과 돈을 주자고 한다는 말을 들었다. 돈으로 해결하는 게 마땅치 않다고 생각한다. 그동안 해결을 위한 절호의 기회가 있었으나 번번이 놓쳤다. 해남에서도 여러 협상 무기가 있는데 이를 사용하지 않고 있다. 어찌됐든 좋은 방향으로 해결이 되도록 모두가 합심해야 한다."

- 수산인과 조합의 발전을 위해 당부하고 싶은 말은.

"조합장 선거를 하다 보면 패가 갈린다. 이젠 오로지 조합 발전을 위해 임원과 대의원, 어촌계장 등이 한마음으로 뭉쳐야 한다. 그리고 바다 환경이 나빠지면서 김 양식도 어려워지고 있다. 그럴수록 김 양식에 대해 공부와 연구를 하고 전문가와 상담해 실행해야 한다. 전복도 가격이 너무 떨어지고 유통에도 문제가 많다. 조합이 나서서 심도 있게 연구하고 군납 규모도 100억대 수준을 되찾아야 한다. 해남의 수산자원은 김, 전복, 낙지인데 생산은 어민, 유통은 수협, 지원은 행정이라는 모토로 나가야 한다. 수협이 어렵다 보니 이를 제대로 못했다. 이젠 한뜻으로 뭉치고 일등수협으로 나아가길 바란다."

- 퇴임 이후 계획은.

"그동안 소홀했던 송지 산정의 김 육상채묘에 전념하겠다. 그러면서 지역사회를 위해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인지 고민하겠다. 아직은 이르지만 군민을 위한 봉사의 기회도 찾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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